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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20 16:54 수정 : 2017.03.20 20:16

<김과장>으로 ‘남궁민 시대’ 열어
코믹과 진지함 자유자재로 연기 호평
1%도 안닮은 김성룡 빙의 비결은 노력
“표정 많이 쓰고, 제스처 크게…
목소리톤 조절 등 완급 신경 써”

한국방송 제공
불꽃같은 인터뷰였다. <김과장>으로 데뷔 이후 가장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남궁민과의 전화 인터뷰는 지난 17일 오후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는 “이번주도 내가 버텼다는 마음으로 지낼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대사가 너무 많아 비는 시간엔 대사 외우느라 전화 한 통 할 겨를도 없어요. 살다 살다 이렇게 말 많이 하는 주인공은 처음 봐요. 하하.” ‘김성룡’을 연기하면서 “실제로는 말이 엄청 느리다”는 남궁민도 말이 조금은 빨라졌다. ‘말 많은’ 김성룡 덕분에 ‘말 빨라진’ 남궁민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김과장>(한국방송2, 수목 밤 10시)은 불합리한 노동행위 등의 현실과 자기 배 불리려고 온갖 꼼수 쓰는 재벌 기업 등을 고발하며 2017년 사이다 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1월25일 시청률 7%(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가장 최근 방송인 3월16일 17%까지 올랐다. 도덕군자가 아닌 ‘삥땅’의 대가인 ‘흠’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그가 본의 아니게 ‘의인’이 되고, 그러다가 실제 의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를 끌었다. 남궁민도 <김과장>의 인기 요인을 이 부분에서 찾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김성룡은 변하잖아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점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의미가 깊다고 봐요.” 그는 “사람이 변하는 건 쉽지 않은데,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던 사람이 스스로 나서서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착하고 정의로운 구태의연한 주인공은 하지 말자”는 데 처음부터 피디와도 의기투합했다. “사회 풍자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자”는 것도 그와 제작진 모두 신경쓴 부분이다. 그래서 <김과장>에는 지상파에서 이례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또렷하게 배경음악처럼 흐르고, 김성룡이 노조위원장 조끼를 입고 구호도 외친다. 대기자들을 복도 책상으로 출근하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게 하며 모멸감에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극중 사례에 특히 마음 아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도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옥상에서 자살하려는 오 부장한테 ‘남들은 다 해먹고 죄책감 하나 못 느끼고 떵떵거리며 사는데 부장님이 왜 요단강 건너냐, 거기 올라가 뒈져야 할 사람은 부장님이 아니라 그딴 새끼들’이라고 설득하는 장면이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요소들을 <김과장>은 코미디로 잘 버무린다. 대본도 좋지만, 남궁민의 연기력이 큰 역할을 했다. 코믹함을 기본으로 깔고 가벼움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얼어붙은 바닥에 미끄러져 의도치 않게 사람을 구한 뒤 머리에서 피가 흐르며 쓰러지는 장면에서 만화처럼 과한 표정과 몸짓은 남궁민이 아니었으면 유치했을 수도 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특히 (코미디) 완급 조절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전작이 코미디(<미녀 공심이>)여서, 같은 코미디라 부감담이 심했어요. 이전 코미디에서는 소년 같고 여성스러운 수줍음 많은 친구의 이미지가 있다면, 김성룡은 ‘남성미 넘치는 수다쟁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면서 표정 쓰는 거 안 좋아하는데 <김과장>에서는 일부러 표정을 많이 쓰고, 제스처를 크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말투도 바꿨다. “실제로는 말이 느린데 일부러 톤을 이렇게 쇳소리를 내면서 잡았어요. 살짝 목소리를 변조하고, 목소리에 다양성을 주려고 고음부터 저음까지 다양하게 사용해요. 톤이 높아졌을 때는 말을 빨리 하는 거죠.”

<김과장>은 시청자들만 즐겁게 해준 게 아니다. 이 드라마로 드디어 ‘남궁민의 시대’가 왔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이후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늘 존재했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는 않았다. “연연하지 않고 연기로 창피하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김과장>에서 폭발했다. 2015년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면서 대중적으로 주목받았고, 2016년 <미녀 공심이>로 코미디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더니, <김과장>에서 꽃을 피웠다. 얼추 16년의 세월, 슬럼프도 있었다. “<내 마음이 들리니>가 잘됐는데 이후 2년 정도 쉬었어요. <내 마음이 들리니>를 하면서 ‘이런 이런 역할을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그런 역할이 아닌 작품은 안 했더니 자연스럽게 작품에서 멀어지고 의도치 않게 쉬었어요. 그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캐릭터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작품과 좋은 작가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든지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의 기쁨이 아닐까. 이후 마음이 편해지고 많은 작품을 하게 됐어요.” 지난 설 이후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남궁민은 듣고 싶은 말만이 아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소신있고 솔직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는 “내가 드라마를 봐도 저게 나인가 싶을 정도로 김성룡과 1%도 안 닮았다”며 “난 정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능청스러운 건 김성룡과 닮았다. ‘의인’다운 면모가 있느냐고 물으니 “연기할 때 빼고는 세상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고, 김성룡처럼 속한 조직에서 불합리한 경우를 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니 “어떻게 나서요. 하하. 이런(김성룡) 사람을 연기했으니 이런 사람이 되고 싶긴 하네요”라며 농을 쳤다. 그러나 이어진 말엔 진심이 가득 담긴 듯했다. “희망을 심어드리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드리는 것 같아서 나도 위안받아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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