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16 20:07
수정 : 2017.06.16 20:27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캐나다드라마 <카디널>
캐나다 북부 외곽도시의 버려진 갱도에서 얼어붙은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1년 전 경찰이 단순 가출사건으로 종결짓고 수색을 포기한 13살 소녀 케이티 파인이었다. 당시 유일하게 유괴사건이라고 주장했던 베테랑 형사 존 카디널(빌리 캠벨)은 잔혹한 살해 방식을 보고 숙련된 연쇄살인범의 소행임을 확신한다. 여전한 상사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카디널은 케이티와 비슷한 연령대 청소년들의 미제실종사건을 홀로 추적하여 동일범 소행으로 보이는 두번째 희생자를 기어코 찾아낸다. 지역사회 모두가 충격을 받은 가운데 곧이어 세번째 실종 사건이 접수된다.
청소년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카디널>은 올해 초 캐나다 시티브이(CTV)에서 방영하자마자 기록적인 시청률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범인의 정체에 초점을 맞추는 후더닛 구조로 긴장을 자아내기보다는 미스터리한 배경에 녹아 있는 서늘하고 음울한 폭력의 분위기로 시청자를 서서히 장악한다. 물론 <트윈 픽스>부터 <트루 디텍티브>로 이어지는 독특한 범죄스릴러 계보에서 이미 성취한 특징이지만, 캐나다 북부 특유의 압도적인 풍광은 미국의 수사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작자인 온타리오 출신 범죄소설작가 자일스 블런트는 고립의 가상도시 앨곤퀸베이에 캐나다의 어두운 역사와 현실 문제를 녹여내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 또 하나의 캐릭터로 창조해냈다.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설원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잔혹한 범죄와 인물들을 둘러싼 어두운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질식할 것 같은 폐쇄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앨곤퀸베이의 형사들은 부검 결과를 알기 위해 토론토로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 인력도, 수사장비도 부족한 환경에서 미제 사건은 자꾸만 쌓여가고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연히 발견된다. 차갑게 얼어붙은 시체들의 모습은 대도시와 지방소도시의 격차가 만들어낸 비극의 온도를 전달한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인종차별의 폭력이다. 그것은 존 카디널을 둘러싼 마약범죄의 의혹이나 연쇄살인처럼 직접적인 사건이나 대사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미 혹독하게 얼어붙은 대기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가령 케이티 파인의 시체가 발견된 뒤 그 모친이 경찰들에게 보내는 눈빛은 과거 케이티의 실종이 단순 가출사건으로 조기 종결된 이유에 수사 인력의 한계 외에도 그녀가 원주민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음을 넌지시 속삭인다. <카디널>의 이러한 묘사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인들이 이상적인 망명지로 선호할 정도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가로 알려진 캐나다의 서늘한 민낯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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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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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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