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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5 19:29 수정 : 2019.06.30 19:24

남지은

문화부 대중문화팀

‘어, 벌써 16부야?’ 금토드라마 <최고의 한방>(한국방송2)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언제 8주가 지났나? 그런데, 이 드라마 지난 2일에 시작했다. 요즘 드라마들은 1회 분량을 35분씩 쪼개어 하루에 2편을 내보낸다. 지난달 10일 <수상한 파트너>(에스비에스)와 <군주>(문화방송)가 먼저 시작했고, <최고의 한방>이 가세했다.

이른바, 지상파들의 ‘중간광고 꼼수 작전’이다. 케이블과 달리 지상파에서는 프로그램 중간에 들어가는 유료 방송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편을 1·2부로 나눠서 마치 한 회가 끝나고 다음 회를 방영하는 것처럼 한 뒤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사실상 중간광고 아닌 중간광고다. 이런 편법은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

지상파는 꼼수가 아닌 자구책이라고 말한다. 재정 불안이 계속되고 케이블의 성장으로 지상파가 위기인 상황에서 중간광고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중간에 나가는 중간광고는 주목도가 높아 밤 10시대 광고 단가(약 1350만원)보다 1.5배~2배 정도 비싸다. 지난해 <티브이엔>(tvN)이 있는 씨제이이앤엠(CJ E&M)의 광고 매출이 처음으로 <한국방송>(KBS)과 <에스비에스>(SBS)를 제치는 등 지상파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상파들은 중간광고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경영난에 작은 숨통이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허용되지 않으니 편법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의 이런 꼼수는 오히려 일부 긍정적 시선마저 돌아서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1974년 3월 이후 폐지했던 지상파 중간광고를 2007년 케이블에서 허용한 것은 비지상파의 경쟁력 확보라는 이유가 컸다. 케이블이 지상파를 뛰어넘는 요즘 같은 방송시장에서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무조건 막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던 참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영국과 일본도 공영방송인 <비비시>(BBC)와 <엔에이치케이>(NHK)를 제외하고 시행하는 등 세계적으로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문제는 편법이다. 지상파들이 앞다투어 편법을 일삼는 행태를 보면서, 중간광고를 합법화할 경우 지상파의 상업주의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까지 편법 대열에 뛰어든 마당에 광고 유치를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일 것도 불 보듯 뻔하다.

“유사 중간광고는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한다”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시청자 피해는 안중에 없는 행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약 35분 정도에 시간을 맞추려고 엉뚱한 곳에서 흐름을 끊으면서 시청권을 방해하고 있다. 더구나 시청자들은 지상파의 꼼수에 브이오디(VOD) 과금도 더 물게 됐다. 기존 편당 1500원이던 것을 1, 2회로 나눠 각 1천원씩 책정해 30% 가까이 올랐다. 지상파 꼼수의 피해를 시청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다. 콘텐츠 시장도 어지럽힌다. 20부작이 40부작으로 둔갑해 모든 드라마가 대하드라마가 되는 이상한 콘텐츠 환경을 만들고 1, 2회를 통합하거나 두 편 중 잘 나온 편의 시청률을 강조하는 식의 ‘입맛대로 시청률 계산법’도 황당하다.

지상파의 힘든 상황에 공감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지상파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지상파라는 이름에는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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