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30 19:52
수정 : 2017.06.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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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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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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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리버스>
후카세(후지와라 다쓰야)는 삼십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젊고 예의 바르며 외모도 단정하지만 말수도 적고 숫기도 없어 늘 혼자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커피처럼 무채색의 시간을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깜짝 놀랄 만한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찾아온다. 하나는 단골 커피집에서 다정한 연인 미호코(도다 에리카)를 사귀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 앞으로 도착한 익명의 협박 편지다. 편지에는 “당신의 남자친구는 살인자”라 적혀 있었다. 불안에 떠는 미호코에게 후카세는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과거의 한 사건을 고백한다. 10년 전, 대학 졸업을 앞둔 후카세는 네 친구와 함께 떠난 겨울 여행에서 가장 절친했던 히로사와(고이케 뎃페이)를 잃는다. 사고는 히로사와의 추락사로 종결되었으나 네 친구들에게는 미처 다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방영된 <리버스>는 올해 2분기 일본드라마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다. 청춘스타들로 채워진 캐스팅도 화려하지만, 무엇보다 흥행 보증 수표라는 믿음을 주는 미나토 가나에의 최신작이 원작이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데뷔작 <고백>으로 단숨에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로 떠오른 가나에는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마다 연이은 성공을 거두는 경이로운 행보로 더욱 뜨거운 작가가 됐다. <리버스>는 가나에가 2016년 발표한 최신작을 드라마로 옮겼으며, 역시 그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영상화한 드라마 <엔(N)을 위하여>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10년 전, 주인공들의 운명을 뒤바꾼 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들어가는 <리버스>에는 복수, 속죄, 죄의식 등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한층 집요하게 구현되어 있다. 히로사와의 죽음을 두고 저마다의 숨겨진 비밀과 이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협박범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쾌감도 생생하지만, 그보다는 인물들의 거리 사이에 미세하게 도사린 심리적 긴장감이 훨씬 압도적인 작품이다. 죽은 친구의 삶을 하나의 영화처럼 복기한다는 의미로 지었다는 제목처럼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은 사실 죄의식의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히로사와의 죽음을 애써 망각하려 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인물들은 은폐한 과거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진실과 직면하면서 ‘사소한 것’이라 생각했던 행동의 책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작품은 그렇게 유죄와 무죄 사이에 위치한 수많은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사소한 것’의 중요성은 죄의식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히로사와는 인생을 바꾸는 건 필사의 노력이 아니라 한 잔의 커피, 맛있는 음식, 본 적 없는 풍경, 처음 보는 사람과의 만남, 그런 사소한 것이 인생을 바꾼다고 했다.” 후카세의 초반부 독백은 결말로 이어지며 복합적인 감정의 후폭풍을 몰고 온다. 그 ‘사소한 것’에 대한 섬세한 감각은 너무도 쓰라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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