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소라는 “지금까지 노래한 중에 손가락에 꼽게 고독한 나날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혼자서만 하다가 같이 한다는 것에 대해 배웠고, 노래를 좀더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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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비긴 어게인> 가수 이소라
<비긴 어게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소라는 “지금까지 노래한 중에 손가락에 꼽게 고독한 나날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혼자서만 하다가 같이 한다는 것에 대해 배웠고, 노래를 좀더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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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상태 나빠 공연 중단하거나
공연장 분위기 따라 곡 바꾸기도
까칠하고 어려운 가수’로 소문나 유희열·윤도현·노홍철과 함께
음악 여행 ‘비긴 어게인’ 출연
같이 노래하는 것 배운 시간
좀더 편안하게 노래해야겠다” 정확하게 가닿기 위해 이소라는 늘 자신에게 ‘잘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잘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잘하는 게 좋아요. 잘한다는 건 자기가 그걸 안다는 거고 열심히 했다는 거고, 모든 것이잖아요.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잘하는 것이 중요해요.” 2011년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를 시작할 무렵, 이소라는 문화방송 홍보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해야 한다. 아마 이소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짐작을 할 것이다. 이소라는 자신의 노래가 청자의 마음에 정확히 가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단호하게 “이것은 노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사람이다. 2009년 소극장 공연 때에는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목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정된 시간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 돌연 공연을 중단하고 관객들에게 입장료 전액을 환불해줬고, 2011년 <나는 가수다> 오스트레일리아 공연에서는 준비해갔던 곡들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공연 4시간 전에 급하게 이현우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선곡해 피아노 한 대만을 벗삼아 무대를 선보인 사람이다. 자신의 노래가 청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추억이 될 것을 알기에, 이소라는 무대 위에서 사력을 다해 노력한다. 이소라는 화려한 무대 장치나 퍼포먼스, 정제된 손동작이나 표정 같은 것에 관심을 줄 여력이 없다. 대신 그는 필요하다면 심장을 쥐어짜듯 몸을 뒤틀며 감정을 쏟아내는 데 집중하고, 미간을 찡그려가며 무서울 정도로 몰입한다. 이소라가 까칠하고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은 아마 이처럼 집요하게 ‘잘하기 위해’ 진력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소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온전한 건강 상태가 아닐 때면 자신의 이름을 건 케이비에스 조이(KBS JOY)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녹화도 펑크를 내는 사람이었으니까. 남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소라가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 누구와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해 대판 싸웠다는 둥, 자기 프로그램에 립싱크를 하는 가수를 출연시킬 수 없다며 제작진과 불화했다는 둥 하는 소문들을 부지런히 옮겼다. 이런 수많은 소문들에 대해 굳이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미 대중에게도 이소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면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여전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 말하고, 지금도 충분히 노래를 잘하시지 않느냐는 유희열의 말에 “그렇지 않아요.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부터 이제 더 못할 거예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한국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라고 답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민을 보낸 청취자에게도 “저는 뭐 다른 디제이들처럼 ‘아이고, 그럼 좀 쉬시고요. 지금도 괜찮…’ 뭐 이런 거 없”다고 단호히 잘라 말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하는 일이라든지 이런 거에 대해서는 행복할 날이 없어야 돼요, 사실은. 그래야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을 합니다.”(한국방송 라디오 <이소라의 메모리즈>) 더 정확하게, 더 잘하기 위해. 그는 노랫말에서조차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트랙 9’)라 당부한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어요” 이렇게 늘 스스로 다그치는 이소라가 음악여행길에 올랐다는 소식은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각자 저마다의 음악세계가 분명한 동료들과 함께, 소리가 정밀하게 통제되지 않는 길거리 버스킹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신을 모르는 청자들을 향해, 통하지 않는 언어로 노래를 한다는 건 이소라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정확하게 가닿지 않는 위로에 괴롭지는 않았을까? <비긴 어게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소라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노래한 중에 손가락에 꼽게 고독한 나날들이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마디 덧붙였다. “지금까지 혼자서만 하다가 같이 한다는 것에 대해 배웠고, 노래를 좀더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이소라의 성격을 고려하면, 더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쉽게 쉽게 노래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올 초 에스비에스(SBS) <판타스틱 듀오 2>에 나와서 남긴 말이 그 의미를 푸는 힌트일 게다. 이소라는 자신과 듀엣 무대에 설 마지막 1인을 선택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어떨 때는 잘하고요. 어떨 땐 잘 못해요. 불안해요. 그게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거에서. 너무 나 같다는 생각? 그래서 끝까지 같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노래를 잘하고 이런 것들은, 그 기준하고는 먼 거 같아요.” 이소라는 상대의 노래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평가하고 저울질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어하는 진심을 읽는다. 그렇다면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다짐 또한, 상대의 마음과 더 생짜의 진심으로 만나기 위한 다짐일 것이다. 그의 더블린 여행이, 그가 올해 안으론 꼭 발매하겠다는 9집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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