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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3 08:00 수정 : 2017.07.03 08:00

‘쌈, 마이웨이’ ‘수상한 파트너’에
굳은 땅 물러지듯 연애세포 ‘활활’
그래서 써봤다 그런데 산으로 가네?

요즘 로맨틱코미디 <쌈, 마이웨이>(한국방송2)와 <수상한 파트너>(에스비에스)가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깨우고 있다. 특히 남녀 주인공이 마음을 확인하고 알콩달콩 사랑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반응이 더 뜨겁다. 굳은 땅을 녹이다니, 그래 바로 이게 로맨틱코미디의 역할이지. 그런데 가만, 두 드라마 어딘가 문법이 비슷하다.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옛 애인이 나타나고. 혹시 이거 로맨틱코미디의 성공법칙? 공통분모를 따라가다 보면 뭔가 그럴싸한 게 나오는 거 아닐까. 방송 관계자(모두 ‘전문가’로 통칭)들이 말한 법칙에 따라 ‘법칙대로 로코’를 만들어봤다.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법칙에 따라 만들어본 시놉시스. 사진 SBS, KBS 제공.

우선 직업부터 정하자. 전문가는 “로맨틱코미디는 남자가 여자보다 직업·외모적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로코의 고전’이랄 수 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진헌은 재벌가 아들이었고, 김삼순은 극중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설명된 평범한 파티시에르였다. <최고의 사랑>도 톱스타 남자 배우와 비호감 무명 연예인의 얘기였다. 2010년대 들어 <마녀의 연애>처럼 남녀의 직업과 성격이 역전된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드라마를 보는 주요 시청자가 여자인 만큼 남자는 멋있게, 여자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로 그리는 게 보편적인 법칙”이라고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로맨틱코미디 법칙1. 남자는 멋있게, 여자는 평범하게!?

그렇다면 가슴을 설레게 할 멋진 직업이 뭐가 있나. 과거에는 실장님, 재벌 등 ‘직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문직이나 연예인이 인기다. ‘누나팬’이 많은 요즘에는 아이돌은 어떨까. 드라마 주요 시청층인 중장년층의 시선까지도 붙들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그럼 여자 직업은? 전문가는 “여자는 연상녀가 대세”라고 했다. 2002년 <별을 쏘다> 이후 드라마 속 연상녀와 연하남의 나이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별을 쏘다> 3살에서 <밀회>는 20살 차이가 났다. 2년 전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4만1400쌍으로 1981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대인 현실의 반영이다. 아이돌과 자주 만나면서도 티격태격할 수 있는, 연상녀+직업이 뭐가 있나. 드라마 작가? 소속사 대표? 연예부 기자? 그래, 드라마는 가장 잘 아는 얘기를 써야 한댔다. 기자 당첨!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20대 아이돌과 30대 기자가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정도 되겠다. 뭐지? <너는 펫>이 생각나.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보자. 법칙2. 남녀 주인공은 늘 최악의 상황에서 인연을 맺는다.? <수상한 파트너>의 은봉희는 지하철에서 처음 본 노지욱을 치한으로 오해한다. <운빨 로맨스>에선 심보늬가 타고 가던 자전거에 제수호가 부딪힌다. 무슨 우연을 저렇게 만드나 싶지만, 이건 ‘그냥 넘겨라’ 법칙이다. 전문가는 “두 사람한테 가장 치욕적인 사건을 만들어 최악의 관계에서 시작해야 관계가 진전됐을 때 극적인 효과가 높아진다”고 했다. 아이돌과 기자는 어떤 악연을 만들 수 있을까. 연예인한테 관심 없는 기자가 연예 담당 기자가 되어 방송사 취재를 간다. 기자는 음악프로그램이 끝난 뒤 가수를 기다리는 팬들과 뒤엉키면서 아이돌 주인공한테 사생팬 취급을 당하는 거다. 그 아이돌이 출연하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도 사생팬 취급을 당해 밖으로 끌려나갈 뻔한 소동을 겪으며 “두고 보자” 씩씩거리는 거지. 아 벌써 오글거려. 그러나 법칙대로 이어갈 뿐이다.

만남이 시작됐다면 세 번째 법칙을 쓸 차례다. 법칙3. 악연으로 시작된 남녀 주인공은 반드시 한 공간에 몰아넣어라.? 전문가는 “인위적이지만 그래야 관계가 진전되기 쉽다”고 했다. <수상한 파트너>도 같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로 유명한 <로망스>도 선생과 제자로 만났다. 아이돌과 기자는 어떻게 한 세트로 묶어야 하나. 여러 사람을 취재하는 기자가 그 사람과 붙어 있으려면 그래, 전담 마크맨이 되면 되겠다. 그런데 정치인도 아니고 아이돌 마크맨이 가능해? 방법은 있다. 제작발표회장 사건으로 기자는 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하고, 회사에선 그 아이돌의 독점 인터뷰나 단독기사를 써 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다. 아이돌의 개인사를 둘러싼 소문이 있고, 이를 밝혀내 기사를 쓰라는 거지. 좀 어색하다고? 이럴 때 요긴한 ‘알고 보니’ 작전. 알고 보면 여자 주인공은 비정규직이고, 인터뷰를 해 오면 정규직을 시켜주겠다고 하면 더 절실하겠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성질이 더러워서 누구도 그를 건드리려 하지 않는 거지. 여기서 4-1 법칙 등장. 로맨틱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은 모두 까칠남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설정은 여자는 힘든 현실에서도 꿋꿋하게 산다?는 4-2 법칙과도 맞아떨어질 수 있겠다. 이에 덧붙여 전문가는 “사건이 풍부해지려면 한집에 사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로맨틱코미디 주인공들이 같이 산다. 기자와 아이돌은 어떻게 같은 집에 살게 할까. 흔히 쓰는 ‘이사 수법’이 있다. 기자가 2층에 세들어 사는 집 주인이 아이돌로 바뀐다? 아, 너무 작위적이야.

두 주인공을 한 공간에 모았으면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자가 집 앞에 죽치고 있는 사생팬을 혼내주는 식의 소소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아이돌이 ‘어라, 얘 봐라’ 하는 마음을 조금씩 갖게 하면 된다. 결정적인 한방 역시 법칙에 따르면 된다. 법칙5. 남자 주인공한테는 반드시 트라우마가 있고, 여자 주인공은 이를 보듬는다.? <그녀는 예뻤다> 지성준은 부모가 비 오는 날 교통사고를 당해 비만 오면 운전을 못한다.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은 폐소공포증을 앓는다. 아픈 남자들이 한결같이 땀을 흘리고 쓰러지거나 괴로워하는데, 여자 주인공은 늘 이 상황을 목격하고 안아준다. 다른 누구한테도 드러내놓지 못하던 남자 주인공의 아픔은 이상하게 이 여자와 있으면 가라앉는다. 아이돌한테는 어떤 아픔을 줄까. 어릴 적 엄마와 놀이공원에 갔는데 마침 사고가 났고, 마침 비가 내리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사람들이 몰려들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트라우마가 발생한다. 뭐가 이렇게 많아? 공연은 어떻게 하지? 어쨌든 그가 모여 있는 팬들한테도 기자들한테도 까칠한 건 트라우마 탓이라고 하면 되겠다. 어째, 얘기가 점점 산으로 간다.

법칙6-1. 까칠한 남자 주인공은 늘 여자 주인공 때문에 변한다.?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도 은봉희를 만난 뒤 웃음이 많아졌다. 까칠하던 남자가 갑자기 애교를 떠는 등 서서히 사랑이 시작된다. 아이돌도 자신을 보듬어준 기자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이즈음 ‘투척’해야 할 건 여심 ‘낚는’ 장면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하냐고!”(<파리의 연인>)로 시작된 법칙6-2. 흑기사 법칙?도 지금 써먹을 차례다. 기자가 꼭 취재해야 하는 작곡가가 한사코 접촉을 거부해 몹시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작곡가는 아이돌의 절친.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아이돌의 도움으로 기자는 제시간에 기사를 쓰게 되고 엄청난 반응을 얻는다. 영화 <노팅힐>처럼, 아이돌이 기자간담회에서 둘만의 사랑 신호를 보내는 ‘보너스’ 장면도 짜릿하겠다.

그러나 이대로 직진하면 로맨틱코미디가 아니지. 사랑이 무르익으려 할 때즈음 나타나야 마땅한 역경의 시간. 법칙7-1. 남자 주인공의 옛 애인은 꼭 등장한다.? <수상한 파트너>도 둘 사이가 좋아질 때 차유정이 등장한다. <쌈, 마이웨이>에는 고동만을 좋아하는 인기 아나운서 박혜란이 등장한다. 여자 주인공의 경쟁자들은 한결같이 예쁘고 똑똑하다. 우리는? 은퇴하고 외국 갔던 옛 연인 톱배우가 복귀하고 아이돌을 찾아오게 하자. 여기까지 했으면 갈등 증폭의 시동을 걸 차례다. 법칙7-2. 남녀 주인공이 오해로 멀어진다.? <수상한 파트너>에서 노지욱은 은봉희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방화범이라고 오해하고, 둘은 이 오해 때문에 이별한다.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서서히 속마음을 터놓게 됐다. 애초 단독기사를 쓸 욕심으로 접근했던 기자는 아이돌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의 아픈 마음을 절실히 느껴, 완성한 기사를 제출하지 않기로 한다. 이를 본 톱배우는 둘을 갈라놓으려고 기사 내용을 언론사에 제보하고, 아이돌은 기자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는 거지. 기자는 이사도 가고 회사도 그만둔다. 아이돌과도 멀어지는 건 당연지사.

그렇다고 걱정은 마시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마지막 법칙이 있으니. 법칙8. 반드시 해피엔딩이어라.? 전문가는 “달달한 마음을 심어주는 게 로맨틱코미디의 특징이기 때문에 시청자의 마음을 배반하지 않도록 즐거운 결말을 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의 드라마도 그렇게 마무리하자. 몇 달 뒤 아이돌은 약물복용 의혹에 휘말리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기자가 나서서 억울함을 풀어준다. 결국 모든 오해가 풀리고 사랑을 확인하며 해피엔딩 하면 되겠다. 아, 너무 급마무리. 원래 시간에 쫓기다 보면 쪽대본으로 연명하다 용두사미되는 드라마가 많다.

로맨틱코미디에 법칙이 보인다는 건 비슷한 얘기가 많다는 뜻도 된다. 소재만 다를 뿐 공식이 같다면 결국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전혀 다른,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싶은 드라마들이 계속 나와 지금까지 로맨틱코미디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었다. 그나저나 이 드라마는 무슨 얘기? 공식을 따른다고 다 얘기가 되는 건 아니다. 비슷한 설정 안에서도 시청자를 사로잡는 로맨틱코미디 작가들 최고!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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