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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9 14:11 수정 : 2017.07.09 19:10

<둥지탈출>과 <수상한 가수> 포스터.

[남지은 기자의 방송판]

<둥지탈출>과 <수상한 가수> 포스터.
‘<티브이엔>(tvN) 너마저….’

요즘 <티브이엔>의 행보를 보면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아니, 대체 저런 걸 왜 하는 거야 싶은 실망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티브이엔>은 다를 줄만 알았습니다. 늘 새롭고, 늘 신선하고, 늘 유행을 앞선다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시골에서 삼시세끼 밥만 해 먹는 예능, 뒷전에 밀려 있던 어르신들을 중심에 세운 예능은 <티브이엔>이 아니었으면 방송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랬던 <티브이엔>이 요즘 퇴보하고 있는 걸까요. 지상파에서 이미 다 봤던,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예능들을 새롭다며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연예인의 자식들이 국외여행을 하는 <둥지탈출>을 15일 시작하고, 스타가 숨은 실력자의 복제 가수로 출연해 노래하는 <수상한 가수>를 14일부터 방영합니다. 방송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둥지탈출>은 <문화방송>이 2014년 선보여 가족예능 열풍을 일으켰던 <일밤-아빠 어디 가>와 닮은꼴이고, <수상한 가수>는 복면 쓰고 나와 신분 숨기고 노래해 음악과 예능을 접목한 시도로 화제를 모았던 <일밤-복면가왕>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같은 피디입니다. <둥지탈출>은 <아빠 어디 가>를 만든 김유곤 피디가, <수상한 가수>는 <복면가왕>을 만든 민철기 피디가 연출합니다. 방송사만 옮겨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입니다.

원래 예능이란 따라 만들기의 연속 아니냐고요? 성공 문법을 따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상파에서 <티브이엔>으로 건너간 건, 모르긴 몰라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옮긴 한 피디는 “피디들이 케이블로 가는 이유를 흔히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아니다. 고리타분한 지상파와 달리 새로운 시도를 높이 평가하는 케이블에서 마음껏 연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나영석 피디도 <1박2일>의 ‘여행’ 콘셉트를 가지고 와 <꽃보다 할배>로 연결하고 또 <삼시세끼>로 이어진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들을 등장시켜 어쩌면 도전이었을 시도를 더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힐링’ 포인트를 담는 등 <1박2일>보다 한발 더 내디뎠습니다. <둥지탈출>과 <수상한 가수>는 <티브이엔>이기에 가능한 어떤 시도를 담은 걸까요. <둥지탈출>은 연예인의 자식을 등장시킨 ‘핏줄 마케팅’은 물론이고, 배우 지망생인 최민수의 아들까지 등장시켜 ‘연예인 세습’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전혀 새롭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왜 재탕하는 걸까요? <문화방송>도 아닌 <티브이엔>에서 말입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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