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25 15:25
수정 : 2017.07.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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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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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왕은 사랑한다’-한국방송 ‘학교 2017’
저조한 시청률 경쟁하느라 1·2회 몰아보기 편성
시청권 침해…교양 프로그램 스태프도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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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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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뻔뻔해진다. 몇몇 드라마에서 드물게 있던 일이 이제는 빈도도 잦아졌다. ‘변칙 편성’ 얘기다. 지상파들이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려고 마음대로 편성을 바꾸며 시청권을 훼손하고 있다.
지난 24일 밤에는 월화 미니시리즈가 두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지상파들이 본방송 시간인 밤 10시 직전에 이전 방송 다시보기를 편성한 것이다. <문화방송>(MBC)은 <왕은 사랑한다> 3회(쪼개기 편성으로는 5~6회)를 앞두고 밤 9시30분부터 <왕은 사랑한다 한번에 몰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이전 방송 하이라이트를 내보냈다. <한국방송2>(KBS2)는 <학교 2017> 3회를 앞두고 밤 8시55분부터 1~2회 특별판을 방영했다. 이날 시작한 <조작>(에스비에스·SBS)은 그나마 주요 시청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오후 4시와 6시10분에 <조작 미리보기>를 내보내기도 했다.
방송사들은 이런 ‘물량 공세’가 “1~2회를 미처 못본 시청자들을 위해 (드라마의) 이해도와 흥미를 높이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은, 전반적으로 드라마 시청률이 떨어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본방송에 시청자를 잡아두려는 ‘꼼수’다. 지난해 8월 한주 차이로 시작한 <구르미 그린 달빛>(한국방송2)과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스비에스·SBS)가 3회 본방송에 앞서 1~2회를 연속으로 내보낸 이후 이런 ‘마음대로 편성’은 더욱 잦아졌다. 심지어 두 드라마는 상대 프로그램의 상황에 따라 방송 당일에도 편성을 바꾸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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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학교 2017>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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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와 <학교 2017년>도 둘다 지난 17일 시작해 자연스럽게 경쟁이 붙었다. <문화방송>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는 초반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여야 승산이 있다. 1~2회 몰아보기로 자연스럽게 3회 본방송 시청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반칙을 일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둘다 시청률이 한자릿수로 저조한데, 24일 <조작>까지 시작하면서 이를 방어하려는 의도도 컸다.
그러나 별 효과는 없었다. <학교 2017>은 1~2회 요약본을 내보낸 뒤 방영한 3회 방송이 시청률 4.2%(이하 닐슨코리아 집계)로 1회 5.9%보다 더 떨어졌고, 2회와 겨우 같았다. <왕은 사랑한다>도 3회(쪼개기 편성 5~6회) 시청률이 6.6%로, 2회(쪼개기 편성 3~4회) 5.5%와 비슷했다. 변칙 편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증거는 수두룩하다. 지난 18일 끝난 <엽기적인 그녀>(에스비에스)도 변칙 편성을 했지만, 평균시청률은 8.8%에 그쳤다. 지난해 꼼수 편성으로 논란이 컸던 <뷰티풀 마인드>의 평균시청률은 3.8%였고,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7.6%였다. 결국 꼼수보다는 콘텐츠의 질이 시청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미없는 꼼수를 부리느라, 시청권은 훼손되고 있다. 24일 <왕은 사랑한다> ‘몰아보기’로 그 시간에 방송하는 <리얼스토리 눈>은 결방했다. 한 외주 교양프로그램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돈 되는 드라마에 집중하느라 힘없는 생활교양 프로그램만 늘상 결방한다”며 자조섞인 한탄을 쏟아냈다. 방송이 죽으면 작가료 등 회별로 계약한 스태프들은 해당분의 돈도 받지 못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드라마 시청률을 올리려고 편법 편성을 일삼는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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