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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1 05:59 수정 : 2017.08.01 05:59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코미디언 신봉선·강유미가 <개그콘서트>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콩트 욕구·선배로서의 부채의식에
어려움 빠진 <개콘> 복귀 결심
강 “신인 시절만큼 절박한 심정”
신 “두려워 첫 녹화 전 두통약”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코미디언 신봉선·강유미가 <개그콘서트>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어떻게 참았던 걸까. 개그 이야기로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한마디 한마디가 개그프로그램 코너를 보듯 재치가 만점이다. 상대가 웃으면 절로 미소가 번지는 등 ‘웃기고 싶다’는 코미디언의 피가 어디 가지 않았다. 그 에너지가 요즘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일 밤 9시15분)에서 폭발하고 있다.

언니들이 돌아왔다. <개그콘서트>의 ‘찬란한 시절’을 열었던 강유미와 신봉선이 나란히 7월부터 합류했다. 신봉선은 ‘대화가 필요해 1987’과 ‘봉숭아 학당’에 출연하고, 강유미는 ‘돌아와윰’에 나온다. 신봉선은 ‘대화가 필요해’ 이후 9년 만이고, 강유미는 ‘분장실의 강선생님’ 이후 8년 만이다.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계속되는 침체기를 이겨내겠다는 각오로 최근 안상태, 박성광 등 전성기를 이끌었던 개그맨들을 대거 투입했다.

강유미와 신봉선의 복귀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꼭지를 연거푸 탄생시킨 주인공이라는 점과 최근 약해진 개그우먼의 활약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강유미는 ‘사랑의 카운슬러’로 연인개그를 유행시켰고,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으로 분장개그를 개척했다. ‘대화가 필요해’에서 활약한 신봉선은 김영희, 이수지 등으로 이어진 ‘생활 여성 캐릭터’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신봉선은 “<개그콘서트>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사격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긴 했다. 첫 녹화 전 두려워서 두통약까지 먹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돌아온 것은 콩트를 하고 싶다는 욕구와 <개그콘서트> 침체기에 대한 선배로서의 부채의식이 큰 듯했다. 그들은 <개그콘서트>의 침체 원인으로 신구 조화가 잘 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개그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신인들의 신선함과 선배들의 노련함이 합쳐지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를 비롯해 어느 순간 중간 허리 부분이 다 나가 버렸어요. 신인들끼리는 선배 리허설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짧은 시간 훈련이 가능해지는데,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후배들도 힘들었을 것이에요.”(신봉선) 강유미는 “여러 선배들의 서로 다른 개그 스타일을 보면서 후배들이 나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후배들을 위해 이제는 다시 땅을 다지고 싶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래서 ‘이름’만 내세우지 않는다. “오랜만에 했더니 대사도 안 외워지더라”(신봉선)고 자학하지만, 1주일에 여덟번을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등 열정적이다. 강유미는 “신인 시절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한다”고 했다. “후배들과 함께 회의실에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소품도 직접 챙겨요.”(신봉선) 둘 다 데뷔 10년 이상. 스스로한테도 자극의 기회가 됐다. 강유미는 “막내 개그맨들과 새 꼭지를 준비하면서 신인 때 내 모습을 회상한다. 신인 시절의 그 감각이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송국을 혼자 돌아다녀보고 (과거에 살았던) 신림동 고시원에 가보기도 한다”고 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코미디언 신봉선·강유미가 <개그콘서트>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들의 노력 덕분에 <개그콘서트>는 조금씩 재미가 살아나고 있다. 특히 신봉선이 나오는 ‘대화가 필요해 1987’은 개그에서 이례적으로 드라마타이즈 기법(한편의 드라마처럼 만드는 것)을 차용하는 등 반응이 좋다. “전 연령대를 고려한 착한 개그를 하는 게 <개그콘서트>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강유미는 인터넷 방송의 비제이(BJ)를 활용하는 등 특정 연령층을 겨냥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의 등장으로 여성 중심의 꼭지도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다.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여성 개그’는 남성의 시선에서 외모를 비교당하는 식의 비하가 많았다. 강유미의 개그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을 반영하는 등 메시지를 심었다. 강유미는 “남성의 시선이 아닌 여성이 중심이 된 개그도 서서히 해보려고 한다. 함께할 수 있는 괜찮은 여자 후배들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집에 가면 뻗을 정도”(신봉선)로 노력하지만, 그들은 당장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적어도 3개월은 지나야 반응이 나오더라”며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과거의 재미를 되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타이즈도 활용하고 ‘힘을 내요 슈퍼뚱맨’에서는 컴퓨터 그래픽도 사용하는 등 제작진도 시청자들이 신선함을 느낄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시청률 상승도 중요하지만 ‘역시 개콘’이라는 반응을 이끌고, 이를 계기로 <폭소 클럽>, <코미디 세상만사> 등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신봉선)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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