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8.06 14:39 수정 : 2017.08.06 19:17

박명수 아내가 출연하는 <싱글와이프>. 에스비에스 제공

[남지은 기자의 방송판]

박명수 아내가 출연하는 <싱글와이프>. 에스비에스 제공

놀랐습니다.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입니다. 지난달 24일 ‘핏줄 마케팅도 실력인가’ 기사를 쓰고 난 뒤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기사 써줘서 고맙다”, “더 많이 써달라” 등 모두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였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한 독자는 “그런 방송을 볼 때마다 양심 없는 연예인과 그 핏줄, 그런 프로그램을 자꾸 만드는 제작진에게 화가 난다”고도 했습니다. 연예인 지망생 혹은 지망생의 가족도 아닌 그들의 분노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래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이 있구나 싶어 포기하고 싶던 저한테 힘을 줬다”는 무명배우의 글도 감동이었습니다.

2년 전 비슷한 지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연예인 세습’의 대표주자인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아빠를 부탁해>(에스비에스)에 출연한 이후 끊임없는 연기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조연을 도맡았기 때문입니다. 논란 따위 아랑곳없는 조혜정의 승승장구를 보면서 ‘제2, 제3의 조혜정’이 등장했고, 그때부터 본격화된 연예인 핏줄 마케팅이 최민수 아들과 박명수 아내 캐스팅으로 정점을 찍은 셈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비슷한데 왜 우리의 분노는 커졌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때만 해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금수저, 흙수저’라는 얘기가 막 나왔고, 부모의 지위가 나의 지위가 된다고 뉴스에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더는 없다고도 했죠. 연예계도 그렇게 되나, 씁쓸하면서도 ‘설마’ 하는 희망의 한 자락은 남아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는 동안 사회도 연예계도 ‘내 자식 띄우기’는 더 심해졌습니다. 연예인을 꿈꾸는 2세뿐만이 아니라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처럼, 그저 재미로 방송 한번 해보고 싶다는 ‘연예인 핏줄’들까지 활개를 칩니다. 시청자 비판에 눈치보는 시늉이라도 했던 유명인들이 이제는 눈 감고 귀 막으며 ‘뻔뻔해진’ 모습을 보이니 시청자의 분노 게이지가 더 높아진 게 아닐까요. 출연도 하기 전에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던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은 <싱글와이프>(에스비에스)에 등장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왜 분노하는지를 조금이라도 알고자 했다면 출연을 철회해야 옳습니다. 시청률에 목숨 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목소리는 왜 귀 기울이지 않는 걸까요.

연예인 ‘핏줄 마케팅’ 논란에 휩싸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둥지탈출>.
독자들의 마음을 모아뒀습니다. ‘연예인 핏줄 마케팅’에, ‘연예인 세습’에 분노하는 지점을 잘 파악해뒀습니다. 지지와 응원의 말대로 오로지 ‘부모 힘’으로 무임승차하는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연예계를 만들도록 더 열심히 지켜보고 지적하겠습니다. 사회도 연예계도 노력하는 이들에 기회를 주는 공정한 무대가 돼야겠지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