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2 18:07
수정 : 2017.08.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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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시작하는 <추블리네가 떴다>.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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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시간대 예능프로그램 독차지
비슷한 형식 일주일에 닷새나
출연자 중복도 차별화에 흠집
‘미운 우리 새끼’ 이어 유행처럼
제작비 줄이고 시청률 높이고
그러나 다양성 아쉬움 등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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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시작하는 <추블리네가 떴다>.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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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SBS)에 ‘연예인 가족’이 넘쳐난다.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을 1주일에 닷새나 내보내고 있다. 월요일에는 연예인 등 유명인 부부의 일상을 엿보는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수요일에는 연예인 남편이 아내의 여행을 지켜보는 <싱글와이프>, 목요일에는 연예인 부부 등이 시골을 찾는 <자기야-백년손님>을 방영중이다. 26일부터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 가족이 여러 사람과 몽골을 여행하는 6부작 <추블리네가 떴다>도 시작한다. 화요일과 금요일만 제외하고 평일 밤 11시대와 주말 오후 5시·9시대 등 주요 시간대를 연예인 가족 예능으로 채웠다.
연예인 가족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은 방송사를 아우르며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둥지탈출>(티브이엔), <엄마의 소개팅>(케이비에스 드라마) 등 11개가 방영중이다. 이 중에서 <에스비에스>가 다섯개로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방송2>(KBS2)는 <살림하는 남자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정도이고, <일밤-아빠 어디 가>로 연예인 가족 예능 붐을 일으켰던 <문화방송>(MBC)에서는 현재 방영되는 것이 없다. 연예인 가족 예능이 전반적으로 범람하고 있지만, 한 방송사에서 5개나 선보이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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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아내가 등장하는 <싱글와이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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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기획안이 통과된 것일 뿐,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슷한 기획안이 쏟아진 데는 <미운 우리 새끼>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들이 혼자 사는 자식들을 지켜보는 설정이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5월7일치 방송이 지상파에서는 오랜만에 시청률 20%를 넘기는 등 화제를 모았다. 지상파 주요 시청층인 중장년층의 시선을 붙드는 한편, 20~49살 시청률도 12.8%를 기록하며 다양한 연령대를 사로잡았다. 지상파 한 예능 피디는 “<미운 우리 새끼> 성공 이후 연예인 가족 예능이 다시 유행한다. 예능은 흐름을 타야 하는 만큼 기획안을 낼 때 <미운 우리 새끼>의 성공 법칙을 따르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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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예능프로그램 확산의 시발점이 된 <미운 우리 새끼>.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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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가족 예능이 이전보다 침체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활로가 된 측면은 있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티브이에서 예능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제작하면서, 지상파에서는 상대적으로 진행자 섭외가 어려워졌다. 케이블이 더 많은 출연료를 주는 반면에 시청률 부담은 적어 진행자들이 최근에는 케이블 출연을 더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방송사 쪽에서 보자면 연예인 가족 예능은 제작비를 절감하면서도 시청률을 챙길 수 있는 ‘똘똘한’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시청률 10%에 육박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등 <에스비에스> 연예인 가족 예능은 대부분 성적이 좋다.
그러나 형식이라도 다르면 모를까, 비슷한 콘셉트의 연예인 가족 예능이 1주일에 닷새나 쏟아지면서 다양성을 잃어가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 ‘관찰예능+스튜디오’를 접목해,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서 관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며 몇마디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싱글와이프>는 아내들이 여행하는 것을 남편이 지켜보고, <너는 내 운명>은 부부의 일상을 스튜디오에서 남편 혹은 아내가, <미운 우리 새끼>는 자식들의 일상을 엄마가 지켜본다.
연예인의 중복 출연도 프로그램 차별화에 흠집을 낸다. <자기야>에 장모와 함께 나왔던 샘 해밍턴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과 나오고 있고, <추블리네가 떴다>에 나오는 추성훈 가족은 이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유명세를 탔다. 프로그램 이름만 가리면 어느 프로그램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자주 또 쉽게 티브이에 나오는 그들을 보며 시청자의 피로도 쌓여만 간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그런 지적을 잘 수용해 장르적 다양화를 추구하겠다. 가을부터는 새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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