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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4 18:30 수정 : 2017.09.15 13:23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운데)가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사진 빈체로 제공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내한공연

차기 베를린필 음악감독으로 주목
군더더기 지운 꼼꼼한 지휘 눈길

금관·목관 연주자 호연 돋보였지만
다소 밋밋한 피아노 협연 아쉬워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운데)가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사진 빈체로 제공
13일 밤, 클래식 음악계의 이목은 한 남자에게 꽂혔다. 그 주인공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대 위에 선 키릴 페트렌코였다.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차기 음악감독. 16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끈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을 주인공으로 선출된 순간부터 그는 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음악감독으로 재직중인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첫 내한 공연을 했다. 연주곡목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이고리 레비트 협연), 그리고 말러 교향곡 5번. 베를린 필에서 직책을 맡기 전 페트렌코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고, 발매한 음반도 극소수라 대다수의 한국 관객은 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페트렌코의 독특하고도 풍부한 음악성은 이날 말러 5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902년에 5번 교향곡을 완성할 당시 말러는 예술가로서의 명성과 연인의 사랑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지독한 병마와 싸우며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장송행진곡으로 시작해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나는 구성의 곡으로, 말러의 혼란스러운 내면이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는 곡에 담긴 정서를 점층적으로 쌓아 올리며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말러가 써놓은 소리의 굴곡을 꼼꼼하게 챙기는 동시에 짙은 서정성을 드러냈다. 페트렌코의 지휘 동작만 보아도 그가 섬세하면서도 ‘흥’이 많은 음악가라는 게 느껴졌다. 대책 없이 무아지경에 빠지거나, 이탈리아의 명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처럼 꼿꼿함으로 무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편은 아니었다. 악보를 용의주도하게 파악해 군더더기를 지우고 작품의 본질적인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게 페트렌코의 방식이었다. 금관·목관 악기 연주자들의 호연이 돋보였으며, 덕분에 통상 연주 시간보다 10분가량 단축된 1시간5분여의 시간이 만족스럽게 흘렀다.

서른살의 피아니스트 이고리 레비트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기교를 요하는 작품을 연주하는 방식으로는 지나치게 신중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앙코르곡을 통해 그의 진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그가 들려준 쇼스타코비치의 발레 모음곡 중 1번은, 한국에서 아직 성사된 적 없는 그의 독주회를 기대하게 했다.

키릴 페트렌코의 베를린 필 음악감독 임기는 2019년 가을부터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추천과 투표로 결정되는 음악감독 선출 방식은 독일의 보수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냐 아니냐를 두고 단원들이 설왕설래했지만, 결국 그들이 마음을 모은 건 네 차례의 객원 지휘가 전부인 러시아 출신의 페트렌코였다. 언론 인터뷰를 꺼리고 불필요한 사교적 모임을 즐기지 않는 성격으로 무대 밖 사람들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함께 연주했던 단원들은 그가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닌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한편,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의 마지막 한국 공연은 오는 11월19~20일에 펼쳐진다.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계 리더십의 세대교체를 목도할 수 있어 즐겁다.

김호경 객원기자 writerh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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