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한 회를 1, 2부로 나눠 내보내면서 시청률도 쪼개어 집계된다. 그러면서 하루에 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네개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률이 몇 퍼센트라는 거야?’
요즘 시청률 자료들을 볼 때면 헛웃음부터 납니다. 지상파 프로그램이 죄다 한 회를 1, 2부로 쪼개어 내보내면서 시청률도 따로 집계되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10일 방송한 <판타스틱 듀오 시즌2>(에스비에스)는 1부가 7.9%, 2부가 11%를 기록했습니다. 1부만 보면 낮지만, 2부를 보면 요즘 예능에서 힘들다는 10%를 넘어 이날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 5위입니다. 16일 방송한 <불후의 명곡>(한국방송2)은 또 어떻고요. 1부는 6.6%, 2부는 10.6%로 차이가 큽니다.
1, 2부를 합쳐 평균 시청률을 내면 안 되는 걸까요? “방송사가 한 회를 1, 2부로 나누어 전혀 다른 회차라고 방영하니 우리는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시청률 조사기관의 설명입니다. 사용자가 임의대로 1, 2부를 합치는 것도 안 된답니다. “시청률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집계하기에 단순히 두 개를 더해 나누기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둘 중 하나를 고르랍니다. 방송사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1부, 2부 기준만 언급해주면 뭘 쓰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정말 상관없을까요?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데요? 19일 방영한 <사랑의 온도>는 앞부분이 7.2%, 뒷부분이 9.2%가 나왔습니다. 1부를 기준 삼으면 ‘전날(7.1%, 8%) 견줘 시청률 답보 상태’인 것이고, 뒷부분을 기준 삼으면 ‘시청률 껑충 10% 육박’이 되는데 말이죠.
시청률은 왜 입맛대로 선택하는 게 되어버린 걸까요. 지상파들의 ‘꼼수’가 시청률 시장을 어지럽혔습니다. 지상파들은 케이블처럼 중간광고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요, 허가가 나지 않자 머리를 굴렸습니다. ‘아 한 회분을 두 회로 나눠 1회, 2회로 하면 중간광고이지만, 중간광고가 아닌 게 되겠구나.’ 주요 예능과 드라마는 모두 쪼개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방송사를 고객으로 둔 시청률 조사기관에서는 그들의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상파의 이기적인 행태는 시청률 혼란을 넘어 방송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둘 중 입맛대로 선택하라’는 무책임한 발상은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안 그래도 신뢰를 잃어가는 시청률이 무의미한 숫자라고 못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방송사는 둘 중 잘 나온 것을 강조해 “우리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홍보하고, 반면 다른 쪽에서는 어떤 의도인지 일부러 낮은 시청률을 강조하는 등 악용 사례도 속출합니다.
방송사도 시청률 조사기관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사용자가 ‘올바른’ 마음을 갖고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누구를 위한 방송이고, 시청률인 걸까요? 그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사이, 방송 시장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