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지상파 ‘꼼수’에 아무리 봐도 헷갈린 시청률

등록 2017-09-24 11:41수정 2017-09-27 14:37

[남지은 기자의 방송판]
방송사가 한 회를 1, 2부로 나눠 내보내면서 시청률도 쪼개어 집계된다. 그러면서 하루에 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네개가 나오기도 한다.
방송사가 한 회를 1, 2부로 나눠 내보내면서 시청률도 쪼개어 집계된다. 그러면서 하루에 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네개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률이 몇 퍼센트라는 거야?’

요즘 시청률 자료들을 볼 때면 헛웃음부터 납니다. 지상파 프로그램이 죄다 한 회를 1, 2부로 쪼개어 내보내면서 시청률도 따로 집계되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10일 방송한 <판타스틱 듀오 시즌2>(에스비에스)는 1부가 7.9%, 2부가 11%를 기록했습니다. 1부만 보면 낮지만, 2부를 보면 요즘 예능에서 힘들다는 10%를 넘어 이날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 5위입니다. 16일 방송한 <불후의 명곡>(한국방송2)은 또 어떻고요. 1부는 6.6%, 2부는 10.6%로 차이가 큽니다.

1, 2부를 합쳐 평균 시청률을 내면 안 되는 걸까요? “방송사가 한 회를 1, 2부로 나누어 전혀 다른 회차라고 방영하니 우리는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시청률 조사기관의 설명입니다. 사용자가 임의대로 1, 2부를 합치는 것도 안 된답니다. “시청률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집계하기에 단순히 두 개를 더해 나누기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둘 중 하나를 고르랍니다. 방송사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1부, 2부 기준만 언급해주면 뭘 쓰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정말 상관없을까요?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데요? 19일 방영한 <사랑의 온도>는 앞부분이 7.2%, 뒷부분이 9.2%가 나왔습니다. 1부를 기준 삼으면 ‘전날(7.1%, 8%) 견줘 시청률 답보 상태’인 것이고, 뒷부분을 기준 삼으면 ‘시청률 껑충 10% 육박’이 되는데 말이죠.

시청률은 왜 입맛대로 선택하는 게 되어버린 걸까요. 지상파들의 ‘꼼수’가 시청률 시장을 어지럽혔습니다. 지상파들은 케이블처럼 중간광고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요, 허가가 나지 않자 머리를 굴렸습니다. ‘아 한 회분을 두 회로 나눠 1회, 2회로 하면 중간광고이지만, 중간광고가 아닌 게 되겠구나.’ 주요 예능과 드라마는 모두 쪼개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방송사를 고객으로 둔 시청률 조사기관에서는 그들의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상파의 이기적인 행태는 시청률 혼란을 넘어 방송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둘 중 입맛대로 선택하라’는 무책임한 발상은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안 그래도 신뢰를 잃어가는 시청률이 무의미한 숫자라고 못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방송사는 둘 중 잘 나온 것을 강조해 “우리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홍보하고, 반면 다른 쪽에서는 어떤 의도인지 일부러 낮은 시청률을 강조하는 등 악용 사례도 속출합니다.

방송사도 시청률 조사기관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사용자가 ‘올바른’ 마음을 갖고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누구를 위한 방송이고, 시청률인 걸까요? 그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사이, 방송 시장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