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9 13:39
수정 : 2017.10.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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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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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 TV방송
MBC 파업으로 추석특집 실종
KBS는 7개 프로 내보내
빈자리는 영화·재방으로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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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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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피디들은 말한다. 이번 추석은 징검다리 연휴까지 합하면 무려 10일 동안 쉴 수 있다. 가족이 둘러앉든, 혼자서 지내든 즐거운 연휴를 도울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해왔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특집프로그램이 적다. 바로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의 파업 때문이다.
명절 한달여를 앞두고 파업이 시작되면서, 피디들이 준비하던 추석 특집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중단됐다. 문화방송은 대표적인 명절 프로그램인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촬영 중단을 시작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접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이번 추석 특집프로그램은 영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등 교양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들은 기존에 나갔던 것을 다시 내보내는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한다. 한국방송은 파업 전에 준비했던 것과 파업 중에도 일부 피디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새로 선보이는 특집프로그램은 7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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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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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재미가 덜해져 시청자들도 아쉽지만, 피디들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명절은 피디들한테도 중요한 시기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명절이 정규프로그램의 시험대가 된다. ‘외국인 장기자랑’처럼 단발성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규프로그램이 됐을 때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맛보기’(한회로 만들어 내보낸 뒤 반응을 보는 프로그램)로 선보인다. 화제를 모았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미래일기>(이상 문화방송) 등도 모두 명절에 내보내 반응이 좋아 정규 편성됐다. 지상파 방송 출신의 한 케이블 예능피디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래서 명절은 전쟁터다. 피디들 모두 자신의 프로그램을 내보내려고 기획안을 서너개씩 제출하기도 한다. 명절에 맛보기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정규 편성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으니, 특히 문화방송의 경우 하반기 예능 전략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다.”
예능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면서, 영화를 보는 재미는 좋아졌다. 여느 때보다 영화 라인업이 좋다. 특히 문화방송이 그렇다. 화제작이었던 <라라랜드>와 <부산행>이 처음으로 티브이에서 방영된다. 새 프로그램 대신 영화로 긴 연휴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변호인>도 티브이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를 모은다. <제이티비시>(JTBC)와 케이블채널 <스크린>에서 방영한다. 다큐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갈 자리에 과거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를 편성한 것도 가뭄 끝의 단비일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명절의 특권인 새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만 할까. 제작진도 시청자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을 즐겁게 보는 재미를 하루빨리 누릴 수 있기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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