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거대한 악은 잠들지 않아 특수검사의 표적>
방송·연예 |
사회는 부패했지만 양심은 버릴 수 없다 |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거대한 악은 잠들지 않아 특수검사의 표적>
도쿄지검 특수부에 은밀한 제보가 하나 날아든다. 정치인 고시무라 미야비(나토리 유코)의 뇌물 수수 의혹이었다. 제보자는 고시무라가 관련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노인복지주택 서비스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고시무라가 완전무결한 증거 없이는 기소조차 어려운 거물 정치인이라는 점이었다. 의사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사회복지 문제에 헌신해온 고시무라는 청렴결백한 성품과 유능함을 모두 갖춰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집권당의 신임 총재로서 이변이 없는 한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한 인물이었다. 검찰 지도부에서도 눈치를 보는 가운데 올곧은 검사 도미나가 신이치(다마키 히로시) 검사는 홀로 수사에 착수한다.
티브이도쿄의 스페셜 드라마 <거대한 악은 잠들지 않아 특수검사의 표적>(이하 <표적>)은 일본 사회의 거대 악과 이에 맞서는 인물들의 활약을 그린 사회극이다. 지난해 방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거대한 악은 잠들지 않아 특수검사의 역습>의 속편 격으로,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야마 진의 도미나가 신이치 검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전편에서는 특수부에 막 부임한 신이치의 고민과 갈등을 담아냈다면, 속편에서는 한층 믿음직한 검사로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이치 외에도 직업적 신념과 양심을 대변하는 또 한 명의 인물인 신문기자 간바야시(가쓰지 료)가 등장해 그의 시점에서도 흥미로운 전개를 펼쳐나간다. 이들은 현재 사회 시스템의 부패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선을 던지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양심을 지키고 최선을 다한다면 희망적인 미래가 올 거라 믿는 이상주의적 인물들이다. 근본적으로는 일본 사회의 저력을 믿는 보수적 메시지가 거슬릴 수도 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보는 정의의 답을 결코 단순하게 그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생각할 지점도 많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작품이 다루는 소재다. 비리 추적의 이면에는 지금 일본 사회가 당면한 고령화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겨져 있다.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노인복지주택 서비스와 사회복지 건전화 법안은 현재 일본 노인 복지제도의 최전선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생생하게 반영하며 극에 두터운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고령화 관련 소재는 <표적>뿐 아니라 최근 일본드라마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루는 양상 또한 단순히 노인들의 비극적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다각도로 그려낸다. 일본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 못지않게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다. 얼마 전에는 65살 이상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통계청의 조사 발표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미미하다. 대중문화만 해도 주류 콘텐츠에서는 관련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장르의 다양성 못지않게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일본드라마 <거대한 악은 잠들지 않아 특수검사의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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