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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4 19:22 수정 : 2017.11.25 04:24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내일의 약속>

사진 케이티브이(KTV)

고등학교 상담교사 아이자와 히나타(이노우에 마오)는 세심하고 편안한 상담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히나타가 요즘 신경을 쏟는 학생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부터 등교거부 중인 1학년생 요시오카 게이고(엔도 겐신)다. 다른 교사들은 게이고의 유복한 집안과 우수한 성적 등을 언급하며 흔한 ‘고등학교 1학년의 위기’로 치부한다. 홀로 게이고에 대해 알아보던 히나타는 중학교 시절의 등교거부와 가출 기록을 보고 가정방문을 진행한다. 모친 요시오카 마키코(나카마 유키에)는 게이고의 경증 우울증 진단과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히나타는 어색하게 웃는 게이고의 표정에서 예사롭지 않은 징후를 느낀다. 며칠 뒤 게이고는 자신의 방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일본 <케이티브이>(KTV)에서 방영 중인 신작 드라마 <내일의 약속>은 제목이 주는 인상과 달리 무척이나 어둡고 우울한 작품이다. 등교거부, 왕따, 은둔형 외톨이, 개학 자살 등 수십년간 일본 사회가 앓고 있는 청소년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저히 답이 안 보이는 이야기다. 오랜 병폐인 만큼 같은 문제를 다루는 학원드라마도 많다. <내일의 약속>이 기존의 학원물과 다른 점은 이 문제를 전문상담교사의 시점으로 풀어간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도쿠오야’의 문제도 겹쳐진다. ‘도쿠오야’는 독친(毒親), 즉 자녀에게 해가 되는 부모라는 뜻의 신조어로, 사생활 공개를 꺼리는 사회분위기 탓에 오랫동안 은폐돼 있다가 몇년 사이 청소년 문제의 심각한 원인 중 하나로 떠오른 이슈다.

히나타는 교사도 부모도 접근하지 못하는 중간지대에서 학생들의 내밀한 고통을 들어주려 애쓴다. 기획 의도를 인용하면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다. 가르치기에 바쁜 교사들과 망가진 가정 사이에서 억눌린 내면을 말할 곳 없는 아이들은 스스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지 못한 채 어느 순간 갑자기 스스로를 방에 가두거나 극단의 선택을 한다. 히나타 역시 억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의 경험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한 아이들의 고통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지난달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고 한다. 초·중·고등학교의 이지메(왕따) 건수는 198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고, 등교거부 학생과 자살 학생 수는 각각 지난 10년과 30년 중 최다로 조사됐다. 드라마 속 히나타의 헌신적인 노력은, 수십년 동안 갖은 대책을 쏟아붓고도 갈수록 악화하는 현실을 치유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처럼 보인다. 국내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통계청 ‘2016년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보면 거의 모든 연령대의 자살률은 감소한 반면, 10대 자살률만 유일하게 상승했다. 절망하기 직전의 아이들은 반드시 징후를 보인다. 어른들은 이제 더는 그 구조 요청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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