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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15 19:18 수정 : 2017.12.15 19:27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돌팔매질-외무성 기밀비를 파헤친 수사2과의 남자들>

사진. 와우와우채널

권력기관의 ‘눈먼 돈’이라 불리는 특수활동비 운용 논란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사건을 다룬 일본 드라마 한 편이 눈길을 끈다. <돌팔매질-외무성 기밀비를 파헤친 수사2과의 남자들>(이하 <돌팔매질>)이라는 무척 긴 제목을 지닌 드라마다. 지난달부터 <와우와우>(WOWOW) 채널에서 방영 중인 이 작품은 2001년 일본 외무성의 기밀비 유용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작은 2001년 1월 외국방문지원실장의 5억원 횡령 사건이었으나 더 조사해보니 금액이 60억원 상당으로 늘어났고, 7월에는 과장급 직원 3명, 8월에는 해외공관 직원, 9월에는 또 다른 과장급 직원의 유용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엄청난 스캔들로 확대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고고한 성역이었던 일본 외무성은 대대적인 개혁 대상이 됐다. 당시 모리 요시로 총리의 퇴진도 앞당겨졌으며 새로 정권을 잡은 고이즈미 준이치로도 지지율에 적잖은 타격을 입는 등 일본 정관계 전체가 뒤흔들렸다.

8부작인 드라마는 이 사건의 전 과정을 다루기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하는 일본 경시청 수사2과 경찰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기자 출신의 작가 기요타케 히데토시가 이 사건을 소재로 집필한 논픽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경찰이 주인공이지만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수사물의 전형적인 전개를 따르지 않고 범죄의 근본적 원인인 일본 관료조직의 섬뜩한 그늘을 드러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외무성의 기밀비 횡령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적 범죄가 아니라 공금을 부서 회식비나 교통비 등으로 유용하는 것을 관례처럼 지속해오고 내부 결속을 통해 개인의 문제제기를 철저히 통제하는 관료조직의 폐쇄성과 도덕성 마비를 말해주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 주인공 기자키(사토 고이치)가 속한 경찰 조직도 마찬가지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성과주의는 경찰들끼리의 경쟁과 소외를 부추기고 개인의 소신을 지키기 어렵게 만든다. “담합이나 뇌물은 병 같은 거예요. 갑자기 나타나지 않죠”라는 기자키의 극 중 대사는, 하나의 범죄가 거대한 사회적 배경 안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내 시청자 입장에서 <돌팔매질>을 가장 흥미롭게 보는 방법은 여기에 또 한 겹의 시선을 더하는 것이다. 더 넓게 보면 일본 관료조직의 문제는 그 시대의 병폐이기도 하다. 당시는 일본 사회가 거품경제 붕괴 후 급격히 우경화되어가던 시기였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에도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위대의 집단 자위권 용인 등 강경 보수 정책을 고수하며 우경화를 가속화했다. 요컨대 외무성 관료들의 횡령이 부패한 관료조직의 산물이라면, 그 조직문화를 강화시킨 것은 자성을 모르는 일본 사회 그 자체였다. 썩은 시대가 썩은 조직을 낳았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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