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18 19:16
수정 : 2017.12.18 21:48
-‘마녀의 법정’ 끝낸 배우 정려원-
‘틀 깨는 역할’ 좇아 늘 도전했지만
연기력보단 ‘가녀린 이미지’ 부각
당찬 검사역 호평받으며 자신감
“두려움도 극복하면 자산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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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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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그는 매번 도전해왔다. <안녕 프란체스카>(2005년)의 뱀파이어부터 <넌 어느 별에서 왔니>(2006년)의 1인2역에 영화 <김씨 표류기>(2009년)의 은둔형 외톨이까지, 들여다보면 평범한 인물은 별로 없다. “틀을 깨는 역할을 좋아해요. 사극도 하고, 전쟁영화도 찍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해서 그렇지, 나름대로 다양한 도전을 해왔어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마녀의 법정>(한국방송2)도 틀을 깨려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보통 남자 주인공이 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 여자 주인공은 조력자 역할을 많이 하잖아요. 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는 별로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이 드라마를 만났어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들려준 정려원의 연기관이자 이력이다.
<마녀의 법정>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정려원의 연기관을 일깨워준 작품이자, 그간 노력이 결실을 맺은 작품이다. 걸그룹 샤크라로 데뷔해 2002년 아침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으로 배우가 된 이후 15년간 “연기 의욕을 부추기는 앞선 역할”을 좇아왔지만,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건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로맨틱코미디 속 내 모습”이다. 정적이며 가녀린 이미지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연기가 이미지를 뛰어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정려원도 “<마녀의 법정>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정려원이 검사 역할을 한다고?’라며 냉소적인 덧글이 많아 걱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마녀의 법정> 첫 등장부터 우려는 환호로 바뀌었다. 똑부러지고 속시원하게 할 말 다 하는 7년차 검사 마이듬을 능청스럽게 잘 표현했다. 대사가 빨라지면 발음이 불분명한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발성 자체가 좋아졌고 연기에 자신감이 붙은 게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마이듬은 말의 톤을 바꿔야 해 발성의 기본부터 다시 훈련했고, 목소리가 커지려면 체력도 좋아야 했다”는 등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들여다봤다고 했다.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 극중 성격이 아동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을 두번 힘들게 할까 봐” 보지도 않던 덧글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등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도 바뀌었다.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정려원은 <풍선껌> 이후 최근 1년여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플랫폼도 많아지고, 에스엔에스도 활발해지고 세상은 어느 때보다 빨리 돌아가는데 그 속에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처럼 시나리오가 막 들어오지 않으니까 대본을 받으면 감사하면서도 두려워서 못 하겠는 거예요. 이러다 작품이 안 들어오는 건 아닐까. 멜로가 아닌 장르물이 들어왔을 때 해내지 못하면 이 사이클에서 완전히 아웃되겠다 싶었어요.” “30대 중반이 되면서 극복해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지만 악몽을 꾸는 등 4부 때까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해냈고, 정려원은 빛났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신을 털어낼수록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며 “두려움도 극복하면 자산이 된다. <마녀의 법정> 덕분에 새로운 분야에도 예전보다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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