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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5 19:47 수정 : 2018.01.05 19:57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드라마 <블랙 미러4―디제이를 매달아라>

사진 넷플릭스

영국 <비비시>(BBC) 방영작으로 출발한 <블랙 미러> 시리즈가 넷플릭스 제작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시즌 공개일은 전세계 마니아들이 기다리는 연례행사로 확대됐다.

넷플릭스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해 마지막 오리지널 시리즈로 <블랙 미러> 시즌4를 연말 공개했다. 첨단 기술 문명 시대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독창적 상상력이 빛나는 이 에스에프 옴니버스 시리즈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편의 독립영화를 방불케 하는 완성도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도 <스타트렉>을 패러디한 듯한 1화 <유에스에스 칼리스터>부터 ‘디지털 시대의 환상 특급’이라는 시리즈 별칭에 가장 어울리는 6화 <블랙 뮤지엄>까지, 다채로운 설정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을 선보였다.

외국 평점 사이트에서 전 에피소드가 고르게 높은 평점을 기록한 가운데 현재 4화인 <디제이를 매달아라>(원제 ‘Hang the DJ’)가 제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야기는 ‘시스템’이라는 인공지능 데이트 코치가 완벽한 배우자를 찾아주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참여자들의 정보를 분석해 적절한 상대들과 몇번의 만남을 거치게 한 뒤 최종적으로 운명의 짝을 배정해주는 이 ‘시스템’은 무려 99.8퍼센트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인연을 찾고 사랑하다 이별하는’ 과정의 고민과 갈등을 제거해주고 데이트 장소부터 관계의 유효기간까지 하나하나 설계해주는 ‘시스템’의 편리함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기적 같은 성공률을 향한 믿음과 ‘시스템’ 바깥에 ‘아무것도 없다’는 불안도 순응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미 모든 것을 인공지능의 안내에 맡기는 시대에는 소소한 물음 하나도 균열이 될 수 있다. 에피소드의 주인공 에이미(조지나 캠벨)와 프랭크(조 콜)가 그런 경우다. 둘은 만난 순간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허용된 시간이 고작 12시간뿐이라는 데에 실망한다. ‘시스템’을 처음 경험해본 그들은 어떻게 ‘진도’를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손만 잡고 시간을 보낸다. 만약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서로의 감정에 충실한 채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의문은 ‘시스템’의 안내에 따라 계속해서 다른 상대를 만나면서도 내내 둘을 따라다니고 미처 표현 못한 감정 역시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디제이를 매달아라>는 지난해 최고의 에피소드로 평가받는 <샌 주니페로>에 이어 <블랙 미러> 시리즈로는 다소 이례적인 감성 로맨스다. 그러나 보다 보면, 아름다운 이야기일수록 완벽하게 설계된 세계를 필요로 한다는 진리와 마주하고 새삼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 특유의 아이러니야말로 <블랙 미러> 시리즈의 정수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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