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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6 18:43 수정 : 2018.01.16 20:37

‘거인 이야기’의 한 장면.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제공

-‘서울아시테지 축제’ 17일 개막-

마임·인형극·서커스·음악극 등
아이들 눈 사로잡는 다양한 장르
소설·그림책을 무대로 옮기기도

28일까지 창작극 등 12편 공연
교훈적 내용서 실험적 시도 늘어

‘거인 이야기’의 한 장면.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제공
아동청소년극에 대한 선입견 몇가지. 작품이 별로 없다?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공연의 절반이 아동청소년극이다. 아동극은 유치하다? 아니다. 박주희 연극평론가는 “우리나라 아동청소년극의 수준은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윤택 등 성인 연극의 대가들도 아동청소년극을 만든다. 그러나 아동극은 정부 지원금이 성인극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아동극은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또 하나의 편견 때문이다. 수준도 높고 시장도 형성되어 있는데, 선입견은 왜 안 깨지는 걸까. “이 모든 선입견이 총제적으로 작용해, 유명하거나 교육적인 내용이 아니면 부모들이 잘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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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극에 대한 오해를 깰 수 있는 기회가 있다. 1월1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 아시테지 축제’.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가 매년 여름(1992년부터)과 겨울(2005년부터)에 개최하는 연극축제다. 여름축제 때는 해외에서 만든 공연을 수입해 무대에 올리고, 겨울축제 때는 한국 창작극을 선보인다. 1965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비정부 국제기구인 아시테지는 아동청소년 연극 발전을 위해 공연 정보 등을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1982년부터 가입해 현재 158개 아동청소년 연극 전문극단과 기획자 등이 회원이다.

14회를 맞은 올해 겨울축제에는 국내 유일한 아동청소년극 시상식인 ‘서울어린이연극상’ 본선 진출작 7편과 초청작 5편까지 총 12편을 무대에 올린다. 본선 진출작은 <내 친구 송아지> <제랄다와 거인> <씨앗 이야기> <마쯔와 신기한 돌> <할머니 엄마> <거인 이야기> <쓰레기꽃>이고 초청작은 <목 짧은 기린 지피> <비발디의 사계, 동물의 사육제> <작은 악사> <서커스 광대학교> <토끼와 자라>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연극이 이렇게 다양한가 싶을 정도로, 마임부터 음악극, 서커스, 종이컵 인형극 등 장르가 다채롭다. 아시테지 쪽은 “올해는 특히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서커스 같은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작품은 <거인 이야기>다. 아버지를 거인의 존재에 빗대어 이야기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내용은 평범하지만, 스마트폰과 프로젝터, 하얀 천 등을 활용해 창의적인 무대를 꾸몄다. 하얀 천 뒤 아버지의 그림자를 크게 만들어 거인처럼 보이게 하는 등 연출 자체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주희 평론가는 “연극적인 상상력을 덧입혀서 관객들이 작품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일송 평론가는 <씨앗 이야기>를 “가장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가야금 연주와 손인형을 접목한 음악극으로, 극 중간에 아이들한테 기발한 아이디어를 묻기도 한다. 소설, 그림책 등 아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명작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내 친구 송아지>는 황순원의 단편소설 <송아지>를 복합 인형극으로 만들었고, 이윤택이 연출하는 <토끼와 자라>는 판소리 <수궁가>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마임으로 표현하는 <마쯔와 신기한 돌>, 안데르센상을 받은 작가의 그림책을 종이컵 인형극으로 만든 <제랄다와 거인> 등도 주목된다. 표현방식은 달라도, 따뜻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마음은 같다. <목 짧은 기린 지피>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며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준다. 김숙희 아시테지 이사장은 “건강하고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아시테지 축제’는 매년 관객점유율이 70~90%에 이르는 등 반응이 꽤 좋다. 잘 만든 해외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면서, 연극인들의 견문을 넓혔고 이로 인해 한국 아동청소년 연극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보편적인 연출이나 교육적인 내용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갈수록 실험적인 작품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숙희 이사장은 “아동극을 가장 잘 만드는 덴마크에서는 매년 4월 아동청소년 연극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축제를 연다”며 “아시테지도 장기적으로는 아동청소년극을 무료로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송 평론가는 “만드는 사람도, 관람하는 사람도 아이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다양한 작품이 나오고, 결국 그것이 아동청소년 연극의 질적 향상을 이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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