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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22 08:01 수정 : 2018.01.22 18:33

21일로 800회를 맞은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 주역 5인방. 손윤상(왼쪽부터), 김난영, 김하영, 박재현, 김민진씨가 19일 오후 경기 양주시 문화방송(MBC) 세트장 스튜디오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 800회-
손윤상·김난영·김하영·김민진·박재현
주연 배우 5명 매주 일요일 오전 안방으로

촬영 촉박해 감정잡을 틈 빠듯
빠른 인물빙의·대본암기 노하우
큐 들어가면 바로 눈물이 좔좔

20대에 시작해 어느덧 40대
“힘든 일도 있었지만 다양한 인물 재미 커”
미니 웹드라마 버전 제작 꿈도

21일로 800회를 맞은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 주역 5인방. 손윤상(왼쪽부터), 김난영, 김하영, 박재현, 김민진씨가 19일 오후 경기 양주시 문화방송(MBC) 세트장 스튜디오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민진, 김난영, 손윤상, 박재현… 다 있는데 김하영만 안 보인다. “고양이밥 사러 갔구만.” 김민진이 추측한다. “세트장에 고양이들이 사는데 하영이가 올 때마다 밥을 줘요.” 십여분 뒤 뭔가를 들고 김하영이 나타났다. 서로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끈끈한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가 21일로 800회를 맞은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를 16년간 이끈 힘일까. 19일 경기 양주 <문화방송>(MBC) 세트장에서 <서프라이즈>의 주연 배우 5명을 만났다.

“배우들이 들쑥날쑥 바뀌지 않고 꾸준히 같이 하는 게 행복해요. 식구처럼 같이 늙어가면 좋겠어요.”(손윤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 같이 여기까지 왔다는 게 감사해요.”(김난영) 800회 소감을 물으니 모두 “우리 함께 해왔다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청춘을 이곳에서 함께 보냈다. 대부분 20대 때 시작해 어느덧 40대가 됐다. 가장 오래 출연한 김하영은 2004년 여름, 박재현은 2004년 가을부터 <서프라이즈>에 합류했고, 김난영은 2005년, 김민진은 2006년에 시작했다. 가장 나이 많은 손윤상이 다섯명 중에서는 7~8년 된 막내다. “가장 좋은 시절을 <서프라이즈>와 함께 했죠.”(김하영) “<서프라이즈>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그래서 저한테는 뜻깊은 프로그램이에요.”(김민진)

2002년 시작한 <서프라이즈>는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신기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다. 김하영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믿기 힘든 이야기들에 빠져들게 만든 것은 어느새 안 나오면 허전해지는 배우들의 공이 크다.

<서프라이즈>는 매회 15분씩 끊어 짤막한 네 꼭지를 내보낸다. 짧다고 연기가 쉬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프라이즈>는 오히려 긴 호흡의 드라마보다 연기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한다. “시청자들이 짧은 시간에 몰입할 수 있게 다른 드라마보다 살짝 톤을 올려 연기해야 하는데, 그 지점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요.”(김하영) 촬영 일정도 촉박하다. 주로 금요일 하루 동안 50~60신을 찍어야 해 배우가 감정을 잡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큐가 들어가면 바로 눈물이 좔좔 흘러야 한다. 손윤상은 “그래서 익숙하지 않거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할 수가 없다. 처음 왔을 때 너무 헤맸는데, 다른 배우들이 손발이 척척 맞는 걸 보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프라이즈>가 12살 이상 관람가여서 피가 나와도 안 되고, 눈을 뜨고 죽어도 안 되는 등 표현에 제약이 많다.

800회를 맞아 자체 시상식을 연 ‘서프라이즈’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이 다섯명이 십년 넘게 출연하며 프로그램의 얼굴이 될 수 있었던 첫번째 비결도 연기력이다. 배우들은 대본을 받으면 인물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신경쓴다. “해당 인물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마을 전체를 고립시키고 사람들을 다 죽여버린 경찰을 연기한 적이 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그 사람의 심리 세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자료를 찾아봐도 모르겠더라고요. 대본에서는 안 좋은 일이 쌓여서 폭발한 것으로 표현됐는데, 보통 사람들은 스트레스 받는다고 마을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진 않잖아요. 가장 어려웠던 인물이에요.”(박재현) 김난영은 “대본을 받으면 필사하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습득하고”, 손윤상은 “대본 받은 수요일부터 금요일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끊임없이 리허설하며 그 인물에서 빠져 사는” 등 짧은 시간에 극중 인물에 ‘빙의’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대본을 빨리 외우는 것도 <서프라이즈>를 하면서 얻은 기술이다.

이들은 <서프라이즈>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으로 “여러 인물을 오갈 수 있는 것”을 꼽았다. 지금껏 많게는 1인당 700명으로 변신했다. “사극도 하고 현대극도 하는 등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손윤상) 16살 여고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는 물론, 일본 순사가 됐다가 금방 독립군이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하다 보니 각자 색깔이 있어요. 코믹한 역할은 김민진, 멋있는 역할은 박재현, 노인 역할은 저와 손윤상이 많이 하죠. 김하영은 10대부터 60대까지 여성 역할을 아우르고요.”(김난영) 배우들도 시청자들처럼 상식과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우리도 대본을 보면서 이게 진짜인가 싶어서 찾아보는 경우가 많아요. 얕고 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김하영) “출연료도 안 밀리고 꼬박꼬박 나오는 고마운 프로그램이죠.”(김민진) “저희는 상품권으로 주지 않습니다.(웃음)”(김하영) 하지만 “한가지 캐릭터를 깊게 파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박재현)고 했다. “한 인물로 오랫동안 살면서 극중 캐릭터 이름을 갖고 싶기도 해요.”(김하영)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세월 동안 출연했으니 위기도 있었다. 김하영은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에 엔지를 잘 낸다. 그게 너무 괴로워서 초창기에 반년 정도 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성격상 같은 배우로 봐주지 않을 때는 마음이 힘들다”고 말했다. 연기가 안 되는 배우들이 아무렇지 않게 출연해 프로그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또한 배우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역시 “가족같은 동료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배우들이 그렇듯 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끼가 넘쳤다. 김난영은 영화와 연극을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으로 연기자를 꿈꿨고, 극단 생활을 5년 정도 하며 연기의 기본을 쌓았다. 결혼 뒤 드라마를 시작했다. 김하영도 영화과를 나와 성우를 희망하다가 <서프라이즈> 오디션을 본 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박재현은 17살에 길거리 캐스팅 되자마자 바로 다음날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김민진은 제대 뒤 옷가지 몇개 들고 부산에서 서울로 와 엑스트라부터 시작했다. 개그맨으로 데뷔한 손윤상은 연기가 하고 싶어 배우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원하는 걸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민진은 “대종상 시상식에서 대상 받는 꿈을 꾸면서 연기생활을 했지만,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면서 내 몫이 이 정도구나, 어느정도 내려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속상했던 일도 많았지만,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그들은 지금 <서프라이즈>를 빛내는 주역으로 사랑받는다.

800회를 맞으면서 이들은 책임감도 커졌다. 더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평소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받기도 한다. 800회 때는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박재현은 “배우들끼리 특집 때 외국인 배우들과 함께 나오는 60분짜리 드라마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민진은 “5분짜리 미니 서프라이즈를 웹드라마로 만들어 티브이에서는 못 하는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도 싶다”고 했다. “걸어온 시간만큼 더 가고 싶다”는 그들을 1000회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배우들이 꼽은 베스트3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는 800회 동안 약 4000개의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작가 7명, 피디 4명이 책, 신문, 인터넷 등 온갖 자료를 뒤져 15분 안에 차곡차곡 채워놓은 놀라운 이야기들이 16년간 리모컨을 붙들어왔다. 그중에서 배우들은 어떤 이야기에 입이 벌어졌을까.

■ 손윤상―798회 ‘영원한 심장’

심장이 타지 않은 틱꽝득 승려의 이야기다. 1963년 베트남 독재정권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가부좌를 틀며 몸에 불을 붙이는 ‘소신공양’을 행했는데, 심장의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경찰들이 소각장에서 8시간을 더 태웠고, 황산까지 뿌렸는데도 여전히 형태가 유지됐다. “제가 틱꽝득 승려 역을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볼수록 놀라웠어요.” 이 심장은 현재 베트남 국립은행에 보관돼 있다. 이 사건은 결국 독재정권이 물러나는 기폭제가 됐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고, 그런 분을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

■ 김민진―770회 ‘지진을 예지하는 여자’

지진 예측 능력을 갖춘 중국 여자 샤오홍윤의 이야기다. 샤오가 어지럼증 등을 느끼고 쓰러지면 어김없이 다음날 지진이 일어났다. 2010년 샤오를 검사한 의사는 그가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발생하는 초저주파는 동물만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지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스위스에서도 미국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지닌 여자들이 있다고 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김난영―720회 ‘엄마의 소식’

딸이 지진으로 엄마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되자 키우던 고양이가 어머니의 편지를 물고 온, 일본에서 있었던 감동적인 이야기다. 이제 지긋이 나이가 든 모녀는 따로 살면서 고양이의 목에 편지를 매달아 안부를 전하곤 했다. 위기 상황에서 고양이가 재치를 발휘한 것이다. “<서프라이즈>에는 고양이와 강아지 등이 사람과 교감하며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고, 특히 인상 깊게 봤어요. 동물들이 나오면 촬영은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화면으로 봤을 때 그 감동은 큰 것 같아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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