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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등록 2018-03-30 19:47수정 2018-03-30 19:54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브라질 드라마 <부패의 메커니즘>

사진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부패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가 지난 23일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브라질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부패의 메커니즘>(원제 ‘O Mecanismo’)은 2014년 당시 대통령이던 지우마 호세프를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들과 최대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등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초대형 뇌물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스캔들로 인해,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던 지우마 호세프는 탄핵됐고, 전직 대통령 룰라는 재판을 받는 중이다.

<부패의 메커니즘>은 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을 토대로 하되, 등장인물과 사건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했다. 시작은 정말 미미했다. 경찰 마르쿠 후푸(세우통 멜루 분)는 돈세탁 전문가 호베르투 이브라잉(엔리케 디아스 분)의 쓰레기통에서 의심스러운 서류 뭉치를 주워 온다. 문서파쇄기를 통과한 서류 조각을 집념 끝에 모두 복원한 결과 대규모 돈세탁 흔적이 발견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브라잉은 유유히 수사망을 빠져나가고 후푸는 좌절한다. 십년 뒤인 2013년 이브라잉은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거래하는 거물이 됐다. 이브라잉을 줄곧 주시해온 후푸의 후배 경찰 베레나 카르도니(카롤리니 아브라스 분)는 그의 뇌물 증여 단서를 포착하고 다시 수사에 돌입한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 국민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기업들과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연루된 뇌물사건의 실체가 차츰 드러난다.

<부패의 메커니즘>이 실화를 다루는 태도는 꽤 신중하다. 이 스캔들이 단순히 몇몇 비리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화된 부패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밝혀진 범죄수사물임에도 소위 ‘사이다’ 같은 통쾌함보다는 지리멸렬의 정서가 지배적인 것도 같은 이유다. 조울증을 앓는 후푸는 범죄수사물의 영웅적 주인공이라기보다 ‘이상한 부패의 나라’ 속 미로를 헤매는 방랑자에 가까워 보인다. 또 다른 주인공 베레나가 부패수사 작전의 최전방에서 범죄자들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후푸는 어둠 속에서 ‘부패의 메커니즘’을 성찰하고 “브라질에서는 어째서 역사가 반복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브라질은 부패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 수사가 이어지는 와중에 2017년에는 브라질 최대 육류업체가 정치인 1829명에게 뇌물을 증여한 대형 사건이 일어났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 당시 지우마 호세프의 탄핵을 이끌어내고 대통령직에 오른 미셰우 테메르가 바로 이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탄핵 위기까지 몰렸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의 또 다른 주역 룰라 전 대통령은 2심 재판에서 12년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최종판결까지 재판을 오래 끌며 올해 또 한번의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다. 그야말로 부패의 악순환이다. 건국 이래 최대의 정치스캔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23년 만에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구속이 재연된 국내에서도 여러모로 이입할 수밖에 없는 역사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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