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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6 19:36 수정 : 2018.04.06 19:44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마인드헌터>

1977년 8월12일, 미국은 희대의 살인범 데이비드 버코위츠 검거 소식으로 들썩였다. 검거 직전까지 1년여에 걸쳐 권총으로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버코위츠는 범행 현장에 인장을 남기고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는 기행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그가 대범하게 권총 살인 행각을 이어가고 수사당국을 조롱하면서도 오랫동안 붙잡히지 않았던 것은 아직 연쇄살인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살인은 주로 면식범에 의해 뚜렷한 동기로 일어나는 범죄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에, 경찰은 이 산발적인 총격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범인 검거 뒤에도 살인 동기 부분만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그야말로 살인에 이유가 없는 시대의 도래였다.

미국 드라마 <마인드헌터>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새로 나타난 미치광이 살인자들을 탐구하고 범죄심리학의 기틀을 마련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양들의 침묵>과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시리즈에 영감을 준 최초의 프로파일러 존 더글러스의 동명 논픽션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제작하고 연출해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호평받았다. <마인드헌터>는 연쇄살인과 프로파일링을 소재로 한 기존의 범죄수사물과는 사뭇 다른 구조의 작품이다.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사건이 있고 그 범인의 정체를 추적해가는 플롯이 아니라, 연쇄살인범들을 인터뷰하고 분석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말하자면 범죄수사물의 전형적인 ‘후더닛’(whodunit) 구조에서의 ‘누구’에 대한 물음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인 작품이다. 그전까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방식으로, 그토록 잔혹한 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저 범죄자들은 대체 어떤 종류의 인간이란 말인가.

<마인드헌터>의 이러한 주제를 압축하는 장면은, 첫 회에서 주인공인 에프비아이(FBI) 요원 홀든 포드(조너선 그로프 분)가 지역 경찰들 앞에서 강의하는 신이다. 그는 찰스 맨슨, 데이비드 버코위츠와 같은 최악의 살인자들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며 ‘이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 경찰이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대답한다. “저렇게 태어난 거죠. 저 눈을 보세요. 악하지 않나요?” 당시만 해도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난 악마이거나 광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포드는 말한다. ‘선악, 흑백 이런 건 차라기 쉽다’고. 그의 말은 훗날 “미친놈들 생각을 모르고서 어떻게 그들을 예측합니까”라는 질문으로 발전하게 된다. 범죄심리학은 바로 이 물음에서 태동했다.

<마인드헌터>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처럼 악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돌아감으로써 지금 우리 시대의 범죄수사물 장르가 놓치고 있는 것을 거울처럼 비춘다는 데 있다. 범죄자 캐릭터 설정은 갈수록 화려하고 강렬해지고, 범죄 묘사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흐름 안에서 재현의 윤리란 무엇인가를 환기하는 것이다. 범죄스릴러가 주류 장르가 되고, 범죄 묘사의 선정성이 임계점에 도달한 국내에서 더욱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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