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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재난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재건’ 드라마

등록 2018-05-04 20:14수정 2018-05-04 20:19

사진 엔에이치케이
사진 엔에이치케이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인연~달리는 기적의 망아지>

일본 후쿠시마현의 작은 도시 미나미소마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 중 하나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위치해 방사능 피폭이 심했다. 전체 7만명이던 인구가 참사 이후 대거 피난으로 1만명까지 줄어든 기록도 있다. 다른 도시의 공영아파트로 피신한 이재민들은 방사능 피폭만큼이나 고통스러운 낙인효과에 시달렸다. 평화롭던 소도시는 일본 원전 재앙의 상징이 됐다.

지난해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방영한 특집극 <인연 ~달리는 기적의 망아지~>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미나미소마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이야기는 지역 최대의 말 축제 ‘노마오이’의 흥겨운 풍경으로 시작한다. 노마오이는, 도시 이름에 ‘말’이 포함될 만큼 유서 깊은 말 애호 지역 미나미소마의 생명과도 같은 전통이다. 주인공 마츠시타 쇼코(아라가키 유이)는 직장 문제로 도쿄에 살지만 해마다 축제를 즐기러 고향을 찾는다. 말을 잘 다뤄 축제마다 맹활약을 펼치는 오빠 타쿠마(오카다 마사키)는 가족의 자랑거리다. 무뚝뚝한 아빠 마사유키(야쿠쇼 고지)만이 유일하게 ‘은퇴한 경주마들의 축제’라며 노마오이를 무시한다. 2011년 3월 운명의 그날, 목장에서 말을 지키던 타쿠마는 쓰나미에 목숨을 잃고 남은 가족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인연 ~달리는 기적의 망아지~>는 대참사에서 출발하지만 재난보다 재건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재건의 주제는 폐허가 된 목장을 바라보는 쇼코의 내레이션에 압축되어 있다. “목장은 이제 사용할 수 없다. 다시 원래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재난의 어떤 상처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다. 그러므로 재건은 과거를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간 이들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그 몫까지 안고 삶을 지속한다는 의미다. 마츠시타 가족의 경우 타쿠마의 생명과 맞바꾼 망아지를 경주마로 키우면서 타쿠마의 꿈을 이어간다. 일본 최대의 말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서도 정작 말을 육성하는 목장은 하나도 없는 척박한 땅, 그나마 남은 토지마저도 오염된 이곳에서 가족들은 직접 땅을 갈아엎어 목장을 건설하며 꿈을 향해 한발씩 나아간다.

마츠시타 일가의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극의 감동을 넘어선다. 그 안에 실제 미나미소마 지역의 힘겨운 복구 드라마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사 뒤 미나미소마에는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이주를 거부하고 그대로 남은 이들도 많았다. 태어나고 자란 땅을 잊을 수 없어 돌아오는 주민들도 늘어났다. 이들은 힘을 합쳐 주민단체를 설립하고 복구 작업을 벌이며, 원전 피해를 은폐하는 정부에 맞서 탈원전에도 도전하고 있다. 대참사의 후유증을 극복하려는 재난공동체의 이야기는 비슷한 비극을 지닌 우리에게도 인상 깊은 메시지를 남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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