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07 10:29
수정 : 2018.07.07 14:08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68세의 신입사원>
은퇴한 뒤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던 니이모토 가즈오(구사카리 마사오)는 과거 일하던 제과 회사로부터 재취업 의뢰를 받는다. 첫 입사 때를 떠올리며 부푼 마음으로 출근한 니이모토는 퇴임한 뒤 10여년 동안 크게 달라진 회사 풍경에 당황한다. 젊은 직원들은 회의 때마다 태블릿피시를 보며 토론을 하고 외근 때는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설상가상으로 니이모토가 발령받은 캐릭터 상품 개발팀은 회사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팀이다. 팀장인 구도 마유코(다카하타 미쓰키)는 28살, 니이모토와 무려 40살 차다. 40년간이나 몸담아온 회사였는데 이젠 모든 것이 낯설다.
지난달 일본 케이티브이(KTV)가 방영한 스페셜드라마 <68세의 신입사원>은 표면적 설정만 보면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 주연 영화 <인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젊은 여성 상사와 아버지뻘 남성 부하직원이라는 역전된 위계구도를 통해 세대, 젠더 간 소통을 따뜻하게 그려낸 휴먼드라마라는 면에서는 확실히 닮았다. 그러나 <68세의 신입사원>은 초고령화 사회 일본의 우울과 불안이 담긴 이야기라는 데 두 작품의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전반적인 이야기 톤은 유쾌하지만 이미 심화될 대로 심화된 현실의 그늘까지 가리지는 못한다. 68살이라는 나이도 의미심장하다. 일본 정부는 현재 고령화에 따른 예산 문제로 후생연금 지급 개시 연령 상향을 추진 중인데 그 기준이 바로 68살이다. 노년 세대의 불만과 절망을 압축한 상징적 연령인 것이다.
<68세의 신입사원>이 인상적인 점은 기존 직장드라마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였던 노직원이 장르 안으로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니이모토는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존재라는 무력감 때문에 일을 원했지만 젊은 직원들 위주인 직장에서 그의 역할은 희미하기만 하다. 이는 니이모토의 또 다른 노년 입사 동기가 사장의 밀명을 받아 정보원 역할을 한다는 설정에서도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존재’나 마찬가지이기에 가능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넘치는 의욕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몸살로 연속 결근하는 에피소드도 현실적이다. 결근 처리가 간단하게 이뤄지자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는 생각에 더 우울해지는 모습도 노년 심리에 대한 드라마의 진지한 이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니이모토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너무도 이상적인 동화처럼 그려지는 것은 큰 결점이다. 현실적 갈등은 모두 노년 세대의 풍부한 인생 경험을 통해 지극히 간단하게 해결된다. 특히 젊은 여성으로서 끊임없이 편견에 시달리던 팀장 구도의 시련이 니이모토의 조언에 따라 순조로운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젊은 세대의 문제를 지나치게 축소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고령화시대 일본의 미래를 예쁘고 낙관적으로 포장한 홍보 카탈로그 같다는 어색함은 피할 수 없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를 가시화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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