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파치노 주연의 리메이크판 <스카페이스> ⓒ 유니버셜
지난 2월 3일에 쓴 <'조폭 코미디' 그 세계가 그렇게 좋아 보여?>라는 글에서도 언급한 이야기지만, '조폭'은 영화에서 즐겨다루는 엄연한 중요 소재 중 하나다.
외국에서는 '갱'이라 부르는 그들에 관한 영화를 '갱스터 무비'라는 이름으로 묶어 부를 정도로 많은 '갱' 영화들이 있다.그렇다면 외국의 영화는 '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의 충무로처럼 코미디 영화의 소재로서 친숙하게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외국의 갱스터 무비들 중 특히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들을 돌아보며, 우리나라의 '조폭 코미디'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정리하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듯하다.
'갱'의 대명사 알 카포네의 등장
갱스터 무비 <스카페이스>(1932)는 당시 탈세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던 알 카포네를 영화의 캐릭터로 변신시켜 제작된 영화였다. 당시로서는 전례없는 폭력 묘사와 비윤리적인 이야기 구도는 이 영화로 하여금 2년이 넘는 상영 연기 판정이라는 시련을 겪게 했지만, 이 영화가 후세의 영화 감독들에게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고 한다.
'서사시'라던 프랑소와 트뤼포의 극찬도 그렇지만, 홍콩의 우위썬은 이 영화의 모티브를 이어받아 <영웅본색>(1986~1989) 시리즈를 연출했으며, 브라이언 드팔마의 리메이크판 <스파페이스>(1983)는 물론이고, 에드윈 토리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칼리토>(1993) 역시 이야기 전개와 형식 면에서는 다분히 <스카페이스>를 닮은 면이 있다.
하워드 혹스와 브라이언 드팔마의 이 영화들은 한명의 갱을 전면에 내세워 별볼일없던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로 인한 가족과의 불화나 비극적인 결말 등이 숨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시절의 '대부'로 볼 수 있는 알 카포네 역시 탈세 혐의로 덜미를 잡혀 알카트라즈 감옥에 수감돼 있다가 비참한 말년을 보냈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히 현실적인 결말이다. 이 영화들은 적극적인 리얼리즘을 통해 갱 세계에 몸담은 이들의 비참한 말로를 그리고 있다.
<대부>와 <영웅본색> 이 뜨거운 감동의 정체는 무엇일까?
반면에 '갱'의 세계를 그림같이 묘사해놓은 영화들도 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원한 대작인 <대부>(1972~1990) 시리즈와 우위썬(오우삼)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영웅본색> 시리즈가 그렇다. 이 영화 속의 '갱'들은 배신을 철저히 경멸하며, 무엇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의리를 중요시하는 등, 갱들의 세계를 뜨겁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대부> 시리즈의 개봉 이후 미국의 범죄발생률이 전보다 급증했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흥행과 더불어 '범죄자 미화'라는 부담까지 안고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대부> 시리즈에는 이민 이후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 출신의 이민자들의 적나라한 실상이 스며들어 있으며, <영웅본색> 시리즈는 선악의 경계를 잃은 홍콩의 이면을 그리고 있다.어쩌면 이들 영화에서 느낀 감동은 이런 메세지와 리얼리즘에 의해 더욱 살아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영웅본색>의 그런 이면은 경찰과 조폭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서로를 향해 '침투'하며 일어나는 비극을 그린 <무간도> 시리즈를 통해 더욱 깊게 살아난다. 물론 <영웅본색>의 탄생 이후 그런 맥락의 아류작이 판치던 홍콩의 영화계가 <무간도>의 탄생 이전까지는 길었던 암흑기를 거쳐야 했다는 또 한가지 사실 역시 '조폭 코미디'가 유례없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반면교사의 교훈을 남긴다.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 마틴 스코시즈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장르와 형식을 섭렵하고 있는 마틴 스코시즈의 특성상 마니아들은 갱 영화와 마틴 스코시즈의 관계를 앞서 언급한 영화들만큼 기억하기는 힘든 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갱스터 무비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의 영원한 파트너인 로버트 드니로와 더불어 <택시 드라이버>를 통해 스타가 되기 이전에 연출한 <비열한 거리>는 물론이고, 1990년대 중반의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 그리고 탄생 과정을 거치고 있던 19세기 중엽의 뉴욕을 지배하고 있던 갱들의 이야기를 담은 <갱스 오브 뉴욕>이 그의 영화들이다.
그 중에서 <비열한 거리>가 자극적인 재미가 상대적으로 덜한 가운데 철저한 리얼리즘에 입각해 완성된 영화였고, <갱스 오브 뉴욕>이 현실성이 덜한 옛 시절을 그린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바라보는 갱들에 대한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다. 이 영화들은 로버트 드니로-조 페시 콤비의 걸쭉한 입담을 철저하게 내세우는 가운데,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서 완성돼 갱들이 '친숙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결말은 은근하게 비극을 강조한다는 점과 그 유머 속에 그들의 실상이 엿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국 마틴 스코시즈는 '조폭 코미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 2개의 영화를 통해 강조한 셈이다.한편 마틴 스코시즈는 <무간도>의 리메이크 영화인 <디파티드>의 감독도 맡고 있다. 홍콩 느와르의 매력이 모처럼 살아난 <무간도>를 할리우드에서 과연 제대로 그 맛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감독이 다름아닌 '마틴 스코시즈'이기 때문에 마니아들은 지금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들의 삶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난다노동이 아닌 폭력과 갈취로 삶을 영위하는 그들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삶을 살고 있다. 부당한 수단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밝은 세계에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나름의 애환이 있을 것이다. 이해는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은 그들의 애환과 더불어 그들이 맞이하게 되는 비극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꿈이 허상임을 이야기한다. 알 카포네의 비참한 말로는 물론이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악명을 떨친 보스들은 긴 감옥살이를 하거나 범죄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비참한 말로는 일체 지운 채 밝고 경쾌하게만 그리거나 겉으로 보이는 멋만 살린 한국의 조폭 코미디 영화는 관객들이 보기에는 그런 의미에서 '위험한' 영화인 것이다. <대부> 시리즈의 보스였던 콜레오네 부자(父子)조차도 그 위험한 생활 덕분에 자식을 잃고, 형제를 잃었음을 생각해보자. 조폭 코미디 영화를 보며 그저 웃기만 한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그들 부자의 처절한 눈물과 외로웠던 어깨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갱'의 세계를 그림같이 묘사해놓은 영화들도 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원한 대작인 <대부>(1972~1990) 시리즈와 우위썬(오우삼)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영웅본색> 시리즈가 그렇다. 이 영화 속의 '갱'들은 배신을 철저히 경멸하며, 무엇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의리를 중요시하는 등, 갱들의 세계를 뜨겁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 <대부> 시리즈의 유행 이후 한동안 미국의 범죄율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 파라마운트
▲ 마틴 스코시즈식 갱스터 무비 <카지노> ⓒ 유니버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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