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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진] ‘썬데이 서울’ 영화로 부활?

등록 2006-02-09 11:32수정 2006-02-09 11:34

영화 <썬데이 서울>의 포스터 ⓒ 필름놀이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영화 <썬데이 서울>의 포스터 ⓒ 필름놀이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얼마만에 들어보는 잡지 이름인가? 적어도 80년대에 태어난 이들까지는 기억하고 있는 잡지다. <썬데이 서울>이라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반갑다. 특히나 '복고풍'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 반갑다.

사실 <썬데이 서울>은 대중적으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영화다. 하지만 '독특함'에서 우러나오는 재미를 추구한다고 알려졌기에 마니아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마니아들이 한국영화에서 느낀 아쉬움은 이른바 A무비에서 벗어난 B무비 정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독특한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 소재와 장르, 그리고 정서의 활용 폭도 더욱 넓어진다. <썬데이 서울>은 마니아들이 느끼는 그런 아쉬움에 승부수를 던진 영화다.

그런데 '자극'은 어디에 있지?

영화 <썬데이 서울>은 3개의 독립된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 만들어진 영화다. 각각 늑대인간, 살인극, 무협 등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조금만 유심히 살펴본다면,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당시 해외 영화에서 자주 다루던 소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목이 <썬데이 서울>로 정해진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이 영화는 '복고적 정서'를 추구하고 있는 영화다.

<썬데이 서울>은 이 오래된 소재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늑대인간 이야기'는 이미 여러 영화에서도 자주 다루고 있는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머지 2개의 이야기에서도 그 안에 SF와 코미디의 요소까지 담고 있어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이 이 영화의 승부수인 '독특함'을 위해 짜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총동원했음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추련이나 정소녀, 이현우, DJ DOC, 김수미 등의 카메오 출연진들도 이 영화를 위해 대단히 성의껏 연기하고 있어 적지 않은 잔재미를 선사한다.

문제는 이 아이디어들이 이야기의 '허무함'에 묻혀져 '허무 개그'로 보일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 영화에서 간간히 엿보이는 잔재미들은 이야기의 단점을 압도할 정도의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아쉽게도 '허무 개그'는 이미 유행이 지난지 오래된 스타일의 개그다.

특히 '늑대인간 이야기'와 '연쇄살인범 이야기'의 결말 부분이 뜬금없기 때문에 '허무 개그'로 보인다면, 세번째 이야기인 '무협 청년 이야기' 역시 조금만 지켜본다면 결말이 자연스럽게 예상될 정도로 이야기가 싱겁기 때문에 '허무 개그'로 보인다. 이야기의 진행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 속의 쏠쏠한 잔재미들도 빛을 잃고 만 것이다.

<썬데이 서울>이 저속한 잡지라는 편견 속에서도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원동력은 바로 자극성에 있다. 색다른 자극이 느껴지면 재미와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영화 <썬데이 서울>은 과거에 잡지가 추구했던 '탈상식'의 형식은 이어받았지만, '자극'이라는 면을 간과함으로써 '허무 개그'로 보이는 단점을 노출한 셈이다.

기왕 '탈상식'적인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독특함을 추구하는 마니아들의 구미라도 맞출 수 있게끔 철저하게 자극적이어야 했다. 요즘 '허무 개그' 재밌다고 하는 사람 있나?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썬데이 서울>을 주목해야 할 이유

에피소드마다 이야기의 흐름이 '허무하게' 끊어지는 점이 아쉽다.  ⓒ 필름놀이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에피소드마다 이야기의 흐름이 '허무하게' 끊어지는 점이 아쉽다. ⓒ 필름놀이 /필진네트워크 박형준

다소 아쉬운 결과가 나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영화 <썬데이 서울>은 주목해야 할 가치 역시 많은 편이다. 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논외로 제쳐둔 채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제작진은 돈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전해지며, 출연배우들도 흥행수익 배분을 통해 출연료를 받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영화를 위해 들인 제작비는 총 7억이라고 한다. 웬만한 영화들이 30억 정도의 예산도 저예산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이렇듯 열정만으로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독특한 형식의 영화를 만들려 노력했다는 점은 관객들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영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서를 다양하게 반영해야 풍성하게 살찌울 수 있으며, 제작비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다소 부족하더라도 열정이 느껴지는 영화도 관객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가능성'이다.

장르 영화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 영화의 현실에서 <썬데이 서울>은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새롭게 보이는 면이 있다. 박성훈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들이 이 영화를 출발점으로 생각하면서 다음 영화에서는 보다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이 장르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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