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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코믹영화에서 눈물연기 선보인 신이

등록 2006-02-17 15:04

영화 구세주의 신이
영화 구세주의 신이

"저도 진지한 연기 잘할 수 있다니까요"

"웃기기만 하는 줄 알았던 제가 눈물을 흘리고, 진지하게 육아일기를 쓰는 모습을 보게 되니 관객이 당황하시나봐요."

영화계에 여자 배우로서 신이는 특별한 존재다. 남자 조연배우 진용은 장르마다 탄탄히 존재하지만, 여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 최근에는 김수미, 나문희, 김해숙, 이휘향 등 중견 배우들이 그 자리를 받치고 있다.

신이(본명 장승희ㆍ26)라면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 단 한 장면 등장해도 확실하게 웃음을 책임지는 배우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신이가 영화 '구세주'를 통해 주연으로 데뷔했다.

"단역까지 포함하면 20여편 만이네요. 자막에 이름만 올라가고 화면에는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어요." 꽤 긴 시간 겪어온 '풍상'이다.

영화 '구세주'에서 그는 '백수'처럼 지내는 한 남자를 인생의 구세주로 생각해 자기 남자로 만드려는 여검사 고은주 역을 맡았다.


"제작사 대표께서 프로듀서로 일할 때 '여검사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데, 너랑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저를 두고 쓰셨다고 하더니 대사와 설정이 저랑 딱 맞다고 느꼈죠."

'색즉시공'에서 호흡을 맞춘 최성국도 코믹 연기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신이와 최성국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에서 센 웃음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영화는 생각보다 드라마를 많이 배치했다.

"일반 관객은 그냥 신나게 웃으세요. 그런데 제가 미역국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거나 육아일기를 쓰는 장면에서 충격까지 받으시는 건 아마 신이라는 배우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연기를 보게 되기 때문인가봐요."

신이는 코믹은 물론 액션과 멜로까지 다양한 장르를 표현하는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그가 생각하는 코미디라는 장르는 연결이 튀거나 상황이 맞지 않아도 관객이 그냥 넘어가는 아량이 장점이다. 굳이 '이 장면과 저 장면이 어떻게 연결돼?'라거나, '저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야?'(쌍둥이를 낳고 대번에 사법고시에 붙는다는 설정 등)라고 따지고 들다가도 '코미디니까' 하고 봐주기 때문에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이번 작품을 통해 노린 것도 분명 있었어요. 육아일기 장면 때문에 출연을 결정지을 정도로 이 장면에 애착을 느낀 것도 신이가 진지한 장면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스스로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고 의심하며 자기 자신을 괴롭혔다.

"조연으로 연기할 때 가장 힘든 게 감독님들이 '신이 씨가 알아서 해'라고 할 때였어요. 너무 저한테 맡겨 버리니까 어느 순간 제가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절 잡아주는 사람도 찾기 힘들어지더군요. 감독님들은 제가 잠깐 등장하지만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를 원하고. 주연이 되니까 다를 게 없다고 느끼다가도 그런 고민에 압박감까지 생기는 건 부인하지 못하겠어요."

연기 잘하고, 이미지 강한 배우의 남모를 고민이 느껴졌다.

이 영화에서는 첫 손에 꼽히는 주연배우다. "(주연을) 해보지도 않아 경험도 없고, 노하우도 없어 시나리오에 충실하기로 했다"는 그는 "개봉을 앞두고서는 숫자에 굉장히 민감해지더라"고 털어놓았다. 흥행이 신경쓰인다는 것.

'구세주'는 상업 영화다. 때문에 주연배우로서 책임감도 상당했다. "A형이라 소심한 편"이라는 신이는 "내가 열심히 했고, 스태프 등 모든 사람이 고생해 만든 영화인데 안 봐줘도 상관없다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시사회를 마치고 윤제균 감독이 전화를 해왔다. "영화라는 게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해 흥행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만, 영화가 어찌됐든 네 연기를 두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라고. 그 말이 가장 기분이 좋았고, 안도가 됐다.

"연기하면서 '거짓말하지 말자'를 목표로 해요. 그 순간만큼은 100% 집중해 감독과 관객을 속이지 말고, 진실한 연기를 하자구요."

그 역시 최근 이문식, 성지루 등 조연배우들이 주연을 맡으며 하는 고민과 불안을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주연, 조연 모두 신이가 필요한 역이면 상관없어요. 오히려 주변 분들이 입지를 좁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어, 너 이제 주인공해야지' '주연도 했는데 아무거나 하지 말고 좀 기다려라'는 등등. 근데 전 조연이면서도 행복했고, 주연이라고 특별히 달라지지도 않았어요. 다만 어떤 역이든 선택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제일 큽니다."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아도 깊은 인상을 남긴 신이의 몇 마디 말 속에서 알찬 내용이 들어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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