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키스'의 작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윤영선 교수는 21일 "내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희곡의 대사를 도용했다"며 영화 `왕의 남자'의 제작ㆍ배급사인 ㈜이글픽쳐스와 ㈜씨네월드, 감독 이준익씨를 상대로 영화 상영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윤 교수는 신청서에서 "올 초 우연히 이 영화를 관람하다 내가 쓴 희곡 대사가 허락없이 사용된 사실을 알게됐다"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행위인데다 관객들이 연극 `키스'가 `왕의 남자'의 대사를 표절한 것으로 오인해 작품가치가 훼손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해당 대사가 이 영화의 가치를 높여준 반면 영화 제작진은 고의로 협상 시간을 지연시키며 상영을 계속하고 있다"며 영화 상영 뿐 아니라 DVDㆍ비디오테이프, 인터넷 동영상 등 `왕의 남자'와 관련된 일체의 제작ㆍ배포활동을 중단해 줄 것을 신청했다.
문제의 대사는 영화 `왕의 남자' 중 공길과 장생이 `장님놀이'를 하며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라고 말을 주고받는 부분으로 희곡 `키스' 초반부에서도 주인공 남녀가 동일한 대사를 사용하고 있다고 윤 교수는 말했다.
이와 관련, 윤 교수는 "`왕의 남자'의 원작인 희곡 `이'의 작가도 최근 모 방송과 인터뷰에서 해당 대사가 `키스'의 대사를 빌려온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왕의 남자'는 지난 11일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 뒤에도 계속 상영 중인 흥행작이며 `언어를 통해 가까워지고 싶은 인간의 열망'을 다룬 `키스'는 2007년 상연 10주년을 맞는 연극이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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