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인간이 모르는 지하세계 <언더월드>에서는 뱀파이어족과 늑대인간들의 피튀기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23일 개봉하는 <언더월드2: 에볼루션>(감독 렌 와이즈만)에서도 두 종족 간의 명운을 건 전쟁은 계속된다. 뱀파이어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는 가족을 몰살시킨 뱀파이어 통치자 빅터(빌 나이)를 처단한 뒤 쫓기는 신세가 된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유일한 혼혈이지만 아직 무한대의 힘이 발현되지 않은 마이클(스캇 스파드맨)은 셀린느의 도움으로 몸을 숨긴다. 때마침 부활한 뱀파이어의 조상 마커스(토니 커랜)는 변형 유전자로 인해 악독한 뱀파이어가 되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친형제이자 늑대인간의 조상인 윌리엄을 감금상태에서 빼내려 한다. 인간들의 세상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셀린느와 마이클, 인간들의 세상을 지배하려는 마커스와 윌리엄의 피할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언더월드2: 에볼루션>은 <언더월드>의 ‘진화’를 표방한 영화다. 전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한 시·공간 안에 몰아넣고 원형을 유지하는 한편, 더 세진 악한 자와 선한 자가, 더 커진 한 판 승부를 벌인다. 하지만 진화를 뒷받침하기엔 드라마나 비주얼이나 여러모로 힘이 달린다. 새롭게 전면에 등장한 혼혈종족 마이클이나 마커스와 윌리엄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코르비누스(데렉 자코비)의 피를 수혈받은 셀린느는 물론, 박쥐에게 물린 뒤 돌연변이를 일으킨 마커스는 전편에 비하면 분명 한걸음 더 나아갔다. 하지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함께 등장할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에 비하면 진화된 또다른 한편의 영화를 끌고가기엔 역부족이다. 또 쉴새없이 베고, 자르고, 찌르는 잔인한 비주얼도 시종일관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긴 하지만, 늑대인간의 공격을 받은 뱀파이어들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첫 장면 정도가 인상적일 뿐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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