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윌슨·빈슨 본 ‘환상 콤비’…상류사회 희롱은 덤
별볼일 없는 이혼 전문 변호사 존(오웬 윌슨)과 제레미(빈스 본)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결혼식 구경꾼들. 결혼철만 되면 두 사람은 일정표를 짜서 초대받지도 않은 결혼식을 두루 섭렵하며 피로연장의 맛있는 음식과 신나는 파티의 주인공이 된다. 파티 분위기에 취한 매력적인 여자 하객을 꼬셔 하룻밤 거나하게 노는 것은 이 ‘결혼 피로연 광’들의 종착역이다. 그러나 미국의 최상류층이라 할 만한 재무 장관 딸의 호화 결혼식에 가면서 둘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존은 장관의 둘째딸(레이첼 맥아담스)에게 한 눈에 반하고, 제레미는 철없는 막내딸에게 제대로 낚여서 ‘노는 게 노는 게 아닌’ 재무 장관 가족과의 휴가를 보내게 된다. 사회부적응자는 아니지만 뭐 하나 빠진 구석이 있어 ‘한량’과로 분류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오웬 윌슨과 빈스 본은 남의 잔치에 끼어서 흥청망청 노는 주인공들로 환상의 조합이다. <웨딩 크래셔>에서 이 본분에 더 충실한 건 빈스 본이다. 그의 산만한 덩치는 파티에서 일으키는 주책의 파장을 더 크게 확대시키고 그가 겪는 수모를 더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반면 본의 아니게 사랑에 빠지는 오웬 윌슨은 이 영화에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의 구실에 좀 더 충실하다. 남 다른 오웬 윌슨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약간 맥빠진다. 왁자지껄 난장판인 이 영화에서 로맨스의 이야기 줄기는 뻔하고 싱겁기 때문이다. <웨딩 크래셔>는 빈스 본의 재간과 함께 미국의 ‘귀족사회’에 대한 격의없는 희롱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한없이 품위있고 우아해 보이는 재무장관 가족의 만찬 시간, 이제 막 미성년자 딱지를 뗀 막내딸은 테이블 밑으로 제레미의 은밀한 부위를 더듬는 데 정신이 없고 장관의 아내는 존에게 노골적으로 유혹의 시선을 보내며 장관의 노모는 쉼없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퍼붓는다. 미국의 주류사회에 대한 조롱이라고 확대해석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화려한 겉껍질 속의 ‘인간적인’(?) 진실을 펴보이는 건 <웨딩 크래셔>가 보고나면 허탈해지는 상투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길을 살짝 비껴나기 위해 구가하는 영리한 전략이다. 1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젊은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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