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앙코르’
가순 준 카터와 필생의 사랑…아카데미 남·여 주연상 후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열광하는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도 있지만 ‘자니 캐시’는 1950∼60년대 미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었던 컨트리 가수다. 1968년 출시된 그의 앨범 <폴섬 감옥 라이브 콘서트>가 같은 해 나온 비틀스 앨범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렸을 정도다. <앙코르>(감독 제임스 맨골드)의 원제 <워크 더 라인>이 자니 캐시의 노래(‘아이 워크 더 라인’)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앙코르>는 자니 캐시라는 걸출한 뮤지션의 삶을 지탱해준 두 축, 음악과 사랑을 다룬 전기 영화다. 자니 캐시의 필생의 사랑은 같은 시기 미국 컨트리 음악계의 또다른 스타였던 ‘준 카터’다.
끔찍한 사고로 형을 잃은 어린 자니에게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형이 죽고 아버지의 저주같은 폭언을 음악으로 위로하며 어른이 된 자니(호아킨 피닉스)는 공군 제대 뒤 풋사랑과 결혼한다. 그는 주방용품 외판원이 되어 가계를 꾸리지만 온통 음악 생각 뿐이다. 그리고 아마추어 밴드와 함께 그가 공군 시절 만들었던 ‘폴섬 감옥 블루스’로 음반을 내면서, 순식간에 엘비스 프레슬리, 제리 리 루이스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스타덤에 오른다.
형의 죽음, 아버지와의 불화, 갑작스런 신분상승 등 그의 전반부 삶은 이미 드라마틱하지만, 많은 전기 영화에서 그렇듯 자니의 진짜 드라마도 가수로 성공한 뒤부터 시작된다.
집세도 못낼 정도로 무능했던 자니를 질타하던 아내는 이제 함께 지낼 시간이 없는 그를 원망한다. 그토록 원했던 성공을 거두고도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술과 마약에 의지하던 자니는, 준 카터(리즈 위더스푼)와 함께 투어공연을 다니며 동료애를 넘어선 애틋한 마음을 품는다. 이때부터 시작된 자니와 준의 인연은 자니의 서른 아홉번째 프러포즈가 실패로 돌아갈 때까지 줄타기처럼 위태롭게 이어진다. 그 사이 자니는 두번째 결혼마저 파경에 이른 뒤 곤란에 빠진 준에게 다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준은 직접 총을 들고 나서 나락에 빠진 자니를 마약으로부터 구해주고, 그를 재기의 길로 이끈다. 무대 위에서 준이 자니의 마흔번째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그날 이후 마침내 줄에서 내려온 자니와 존은 지난 2003년 다섯 달 차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음악과 삶의 반려자로 서로를 보듬는다.
<앙코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니와 준의 절실한 사랑과 혼란스러운 마음, 여기에서 비롯된 갈등이 무대 위에서 불려지는 노래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자니와 준이 부른 원곡의 가사나 분위기가 그들의 삶과 흡사한 부분들이 많아 가능했던 일이지만, 선곡과 배치가 그에 못지 않게 절묘하다. 또 분량이 상당히 많은 영화 속 공연 장면에서 모든 노래를 직접 부른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의 노래 실력은 들으면 들을수록 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노래 실력에 대한 평가를 접어두고서도, 두 사람의 연기는 드라마틱한 소재를 다소 밋밋하게 이어간 영화의 짜임새를 덮어버릴 정도로 훌륭하다.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은 이 영화로 5일(현지 시각) 열릴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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