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노기획 제공
〈무간도〉의 류웨이캉(유위강), 마이자오후이(맥조휘) 감독이 연출한 〈이니셜 D〉는 레이싱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몇가지 깬다. 일단 화려한 외양의 스포츠카가 등장하지 않으며 주인공도 〈패스트 앤 퓨리어스〉식의 스타일 넘치는 반항아가 아니다. 대신 이 영화에는 위험한 10대들의 철없는 레이싱 게임에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속깊은 이해가 있다. 이렇듯 레이싱 영화의 상투어들을 무시하면서도 경주 장면은 정공법으로 간다. 요란하지 않지만 긴장감이 뼛속까지 파고든다.
말수 없는 고등학생 타쿠미(주걸륜)는 아버지가 만드는 두부를 새벽에 바쁘게 배달하면서 운전기술을 익힌다. 여느 때처럼 배달을 하고 돌아오던 굽이진 산길에서 자신의 차를 쫓아오던 차와 우연히 레이싱을 벌여 이긴 그는 아마추어 레이싱 선수였던 상대방으로부터 도전을 받는다.
타쿠미는 아내를 잃은 후 술독에 빠져사는 아버지의 수더분한 아들이자 초등학교 동창 소녀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이니셜 D〉는 전직 레이서로 아들에게 무관심한 것 같지만 은근히 아들의 레이싱을 지원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느슨한 유대관계를 ‘오버’하지 않으면서 재치있게 이어가며 따뜻한 가족드라마의 얼개를 짠다. 여기에 생전 처음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게 된 소년의 속내, 첫사랑의 실패가 엮이면서 영화는 잔잔한 성장담의 가지를 펼친다.
물론 클라이맥스는 굴곡 심한 일본의 하루나 산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자동차 경주다. 좁은 왕복 2차로에서 코너를 돌며 아슬아슬하게 상대방을 앞지르는 타쿠미의 질주에는 요란한 굉음이나 스케일 큰 볼거리는 없지만 ‘날 것’ 같은 생동감이 넘친다. 드라마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속도의 쾌감을 극대치로 밀어붙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무간도〉에서 젊은 량차오웨이와 류더화로 분했던 여문락과 진관희, 황국장 역의 황추생이 출연하며, 타쿠미의 첫사랑 나츠키는 〈하나와 앨리스〉에서 하나로 출연했던 스즈키 안이 연기했다.
김은형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