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로스트 메모리즈(밤 1시10분)= ‘한국형’블록버스터를 겨냥한 대형 영화의 제작이 붐을 이뤘던 2002년 개봉한, 제작비 큰 대작 가상역사극. 2009년까지 조선이 일본에서 해방되지 못했다는 전제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던 안중근이 현장에서 사살당했다는 가정 아래 한국의 근대사를 대담하게 재구성했다.
미국과 손잡고 베를린에 원자폭탄을 투여해 승전국이 된 일본은 조선을 포함한 아시아 일대를 식민지화했다.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어를 쓰며 조선과 일본을 한 나라라고 믿는 2009년, ‘후레이센징’이라고 불리는 조선인 지하조직만이 게릴라식 무장투쟁으로 일본에 저항한다. 일본 정보기관인 요원인 사카모토(장동건)는 후레이센징의 습격사건을 조사하다가 거대한 역사적 음모를 알아채고 민족적 자의식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전체 제작비 80억원이 들어간 대작 에스에프 영화로 후레이센징 조직과 일본 경찰과의 격렬한 총격 액션 장면 등에서 돈 들이고, 공 들인 테가 물씬 난다. 그러나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진 결론은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15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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