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대박난 이유 영화 왕의 남자가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5일 오후 5시 현재 전국 관객 1175만명을 기록해 ‘태극기 휘날리며’의 1174만 종전 한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스크린 쿼터 축소 발표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던 영화계에 이보다 더 큰 경사는 없을 것이다. 원래 사극은 흥행이 잘 되지 않는 장르로 유명한데 어떤 요인이 이 작품을 공전의 히트작으로 만들었을까? 그 점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촘촘한 서사구조 우선 이 작품은 한시도 관객이 눈을 띠지 못할 정도의 밀도있는 서사구조로 되어있다. 그 서사구조의 뼈대는 해학(諧謔)과 폭력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폭력에 대해서 살펴보면 처음 장면에 장생과 공길은 자신들의 광대패 우두머리를 낫으로 찔러 죽이고 도망가는 것으로 나온다. 그 후에도 장생의 눈을 인두로 지지는 장면, 공길이 장생을 구하기 위해 피가 낭자하게 자해하는 장면, 연산군이 성종의 후궁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 사냥터에서 죽어가는 광대의 모습 등등 이 작품은 화면 가득 붉은 핏빛으로 얼룩져 있다. 이러한 폭력적인 장면은 관객들을 긴장시키며 작품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이러한 폭력적 요소에만 기댄 작품이었다면 지금의 찬사와 환호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다른 요소 이 작품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적 대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해학적 대사들은 주로 광대들이 판소리를 연행할 때 집중적으로 드러나는데 바로 그러한 해학적 장면이 폭력적인 장면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들에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적으로 선사하면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작품은 연산군의 이야기라는 아주 낯익은 서사구조를 차용(借用)하고 있으면서도 동성애 코드라는 아주 낯설은 이야기를 삽입해 넣음으로써 익숙함에서 발현되는 지루함을 덜어주면서 작품 자체의 흥미를 배가 시키고 있다. ♠ 다층적 의미구조에 의한 해석의 다양성 조선시대 판소리가 모두에게 사랑 받았던 것은 주제가 다양하게 해석되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작품인 춘향전만 하더라도 그 주제가 <특권층에 대한 서민의 저항>과 <신분차이를 극복한 남녀간의 지순한 사랑>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랬기에 양반, 서민 가리지 않고 그 작품에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왕의 남자도 동일한 맥락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작품의 주제도 단면적이 것이 아니고 다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부패한 군왕과 관료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일 수도 있고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는 지고지순한 사랑>일 수도 있고 <치열하게 예술적 삶을 견지하려는 예술인의 삶의 자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배우들의 개인적 매력 또한 빠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 영화를 본 후에 필자는 장생역의 감우성의 연기에 몹시도 매료되었으나 수 없이 많은 여성분들은 공길로 분한 이준기의 화사한 미모에 매료당한 모양이다. 이번 왕의 남자가 이룩한 쾌거는 탄탄한 콘텐츠의 작품은 언제라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영화 제작자들에게 각인시켜준 의미 있는 작품이라 보여진다. 스크린 쿼터의 축소로 인하여 눈 내리는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형상이 된 한국 영화계가 이 작품으로 용기를 얻어서 좀 강하게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 분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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