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준(조재현)은 정의감 있는 형사인데, 타협을 거부하는 그 정의감 때문에 한직을 떠돌고 부인에게서도 이혼당하고 빚도 많이 지게 된다. 윤희(김지수)는 사업가이자 거물 정치인인 남편에게 얻어맞고 구속당해 살면서도 그 남편이 친정 식구들을 도와주는 탓에 벗어나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견디며 산다. 둘이 만났다면, 사랑에 빠지는 걸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로망스>는 시작부터 멜로와 누아르의 이미지를 뒤섞은, 쉽게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좆는다. 클로스업과 느린 화면이 수시로 등장하고 애절한 정조의 음악이 끊이질 않는다. 그게 과하다. 전작 <나비>에서 얻게 된 ‘예술영화 감독’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떨쳐내려는 듯, 혹은 여러가지 ‘상투적인 것(클리셰)’들을 한데 모아 그 연쇄작용으로 신파적 감흥이 한 단계 도약하길 기대한 듯 문승욱 감독은 ‘과한’ 연출을 이어간다. 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거쳐갈 만한 실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초점이 흐트러져 영화 제목처럼 ‘로망스’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로망스>에서 둘을 둘러싼 사회는 지독하게 타락해있다. 윤희 남편은 경찰 조직을 떡 주무르듯하며, 특히 그 심복이 형준의 직속 상관인 형사과장이다. 이 형사과장은 경찰이면서 윤희 남편의 지시에 청부살인까지 마다하지 않고 달려든다. 이쯤 되면 아주 센 누아르다. 주인공이 이 타락에 저항하든가 투항하든가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영화는 그걸 소홀히 하는데, 화가 치미는 상황에서 둘의 애틋함에 눈을 돌리기란 힘들다. 영화 <로망스>의 ‘로망스’는 타락한 사회가 만들고, 타락한 사회가 종결처리한다. 두 주인공이 한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16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엘제이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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