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5 17:54
수정 : 2005.02.15 17:54
“일본군 만행에 독일 관객도 눈물”
제55회 베를린 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13일 저녁 베를린 아르제날 극장에선 작은 한국 영화 한편이 상영됐다. 한 방송국 카메라 기자인 한원상(42) 감독이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남북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내 청춘을 돌려다오〉였다.
임권택 감독이 명예황금곰상을 받고 세계 각국 거장들의 작품들이 즐비하게 상영되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이 작은 영화는 현지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 영화는 젊은 영화인들의 각축장인 포럼 부문 상영 목록에 포함되긴 했으나 공식 경쟁 대열에 선정되지는 못한 채 ‘비공식 특별 상영작’으로 선보였다.
유명 영화들이 400~1000석의 대형극장에서 상영된 반면 이 작은 영화에 배정된 상영관은 80석에 불과했다. 그러나 극장의 객석은 꽉 찼으며, 어느 작품보다 많은 관객을 흐느끼며 울게 만드는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 상영 뒤 베를린 자유대학 바바라 드링크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시간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이제야 처음 알았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는 독일 관객들의 뜨거운 질문이 쏟아졌다.
45분짜리 이 작품은 생존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의 인터뷰와 관련 문서, 사진 등을 종합해 ‘위안부의 실재’를 증명하고 문제의 심각성 등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한 감독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일본의 대학교와 시민단체 등에 이 다큐멘터리 복사본 수백편을 보내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본군 성노예 사건을 알게 됐으나 아직은 대다수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베를린 영화제에 ‘비공식 특별 상영작’으로 오게 됐으나 〈내 청춘을 돌려다오〉가 소개된 영화제 공식 책자 3만부가 각국 영화인과 독일 관객들에게 배포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길 기대한다”며 “남북관계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더 어려워질 수도 있으나 성노예 등 일제 만행에 대한 조사와 공동 대응에서는 양쪽이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작품 외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 등 역사·사회적 다큐를 다수 제작한 바 있는 그는 〈내 청춘…〉 제작 이후 새로 발굴해낸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속편 제작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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