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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아카데미 작품 늦은 개봉 ‘약발’ 여전히 통할까?

등록 2006-03-29 20:16

팝콘&콜라
한국 극장가의 아카데미 시즌이 올해는 조금 늦게 찾아왔다. 예년 같으면 아카데미 시상식(3월초)을 전후해 2월부터 3월까지 후보작과 수상작이 몰려서 개봉했다. 올해는 2월말에 개봉한 영화가 <브로크백 마운틴>(감독상 등 3개상 수상) 한 편이었고 시상식 끝나고 한달 가까이 지나, 31일 개봉하는 <시리이나>(남우조연상 수상)를 시작으로 4월에 <크래쉬>(작품상 등 3개상 수상), <콘스탄트 가드너>(여우조연상 수상)가 잇따라 개봉한다.

그런 탓에 지난 5일(현지시각) 열린 7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를 알리는 기사를, 주요상의 후보·수상작 가운데 상당수를 보지 못한 채 써야 했다. 올해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는 <브로크백 마운틴>이었고, 따라서 수상 결과에서도 작품상이 이 영화 아닌 <크래쉬>에 돌아간 것이 최대 이변이었다. 속으로 아카데미가 <브로크백…>을 연출한 대만 출신의 아시아인인 리안 감독에게, 감독상에 더해 작품상까지 몰아주기가 싫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막상 <크래쉬>를 보지 못해 자신할 수가 없었다. 하기사 <크래쉬>를 봤다고 한들 멀고 먼 할리우드의, 누군지도 모르는 심사위원단들의 속내를 알 수 있겠냐마는… 쩝.

그래도 최근 <크래쉬>를 시사회에서 본 뒤, 앞서 말한 의구심이 좀 더 커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크래쉬>가 못 만든 영화라는 말이 아니다. 화면 좋고, 연기 좋고, 특히 편집이 빼어나 보였지만, 막상 인물들의 동인이 정형화돼있고 어떨 때는 비약하는 듯했다. 여러 인간들의 답답하고 한심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모습들을 동시다발로 중계하는 영화일수록 <숏 컷>처럼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일관된 시선을 갖지 않으면 치기 어리게 보이기 십상이다. <크래쉬>는 치기까지는 아니지만, 권선징악의 관점에 입각한 인과관계를 버리지도 붙잡지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도 말이 많은 듯하다. <엘에이 타임스>는 “<크래쉬>는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5편 가운데 가장 뒤처지는 영화”라면서 아카데미가 <브로크백…>을 제치고 이 영화에 작품상을 준 게 실망스럽다고 보도했다. 물론 아카데미가 아시아 감독에게 영광을 몰아주기 싫어서 그랬다는 분석은 나오지 않는다. 의구심은 의구심으로 남길 수밖에. 또 어느 영화가 더 잘 만들었냐는 건 몰라도, 어느 게 더 좋냐는 건 어디까지나 보는 이의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하튼 아카데미상은 한국의 영화 수입·배급업자에게는 은총이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수상 경력은 국내에서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브로크백…>만 해도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의 그랑프리를 받은 사실을 홍보 포스터나 전단에서 빼버렸다. 이 영화 뿐이 아니다. 7~8년 전만 해도 포스터에 큼직하게 새겨넣었을 3대 영화제 수상사실을, 이제는 관객이 고리타분한 예술영화로 취급할까 싶어 도리어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카데미상은 확실히 한국 관객에게 약발이 있지만, 이것도 3~4년전부터 떨어져가고 있다. 뒤늦게 찾아온 올해 한국 극장가의 아카데미 시즌은 어떨까.

임범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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