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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진실을 뛰쳐나온 부패한 욕망 ‘스위트룸’

등록 2006-04-06 11:27

캐나다 감독 아톰 에고이얀이 연출한 <스위트룸>의 원제목은 ‘진실은 어디에 놓여있는가’다. 오래 전 유명인의 호텔방 욕실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던 사건에 젊은 여기자가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아무런 결론 없이 덮여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는 <라쇼몽>처럼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 각각의 진술을 엮어 보여준다. 그러면서 카메라의 초점은 진실 밖으로 나와 사람들의 위험한 욕망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매혹적인 여기자 카렌(알리슨 로만)은 5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리다가 해체된 콤비 코미디언 래니(케빈 베이컨)와 빈스(콜린 퍼스)의 회고록을 쓰기 위해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회고록은 일종의 미끼다. 카렌의 관심은 두 스타를 갈라지게 한 변사체 발견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영화는 20년 전 두 남자의 호텔 스위트룸과 72년인 현재를 오가면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한다.

50년대 할리우드의 기름진 화려함을 매혹적으로 재현한 <스위트룸>은 그 화려한 겉포장을 천천히 벗기면서 쇼비즈니스계의 어두운 내면을 하나씩 폭로한다. 마약과 지저분한 성적 유희로 가득차 있는 스타의 사생활과 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건을 조작하는 스타 주변의 인물들. 부패한 욕망은 카렌과 시체로 발견됐던 젊은 여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카렌의 목적은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폭로해 스타 기자가 되는 것이고 순진해보였던 젊은 여인 역시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위험한 놀이에 기꺼이 나섰다가 살해당한다.

<스위트룸>은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 진실이 지닌 무게감은 점점 더 가벼워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 아이러니는 사건에 다가가는 사람들도 혼란 속으로 끌어온다. 빈스의 진술을 듣기 위해 기꺼이 마약 파티에 응하는 카렌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흉내내는 여성을 만나며 혼란에 빠지는 모습은 현실과 환상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어놓고 띠 안의 구멍에 진실을 감금시키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분위기 만으로는 충분히 매혹적이지만 이 모호함 속에 영화가 중간중간에 흘렸던 여러가지 단서들을 그냥 녹여버리는 것은 반칙처럼 느껴져 아쉽다. 6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미로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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