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복서가 되다…여성판 ‘록키’
걸파이트(K1 밤12시30분)=2000년 칸과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화제를 모았던 여성주의 성장영화. 싸움꾼이었던 18살 소녀가 남성의 스포츠로 인식된 권투에 입문하면서 경기와 삶에서 승리를 성취해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렸다. 성장영화의 섬세함에 더해 여성판 ‘록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스포츠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두루 갖췄다.
미국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자란 라틴계 소녀 다이애나는 동생이 다니는 체육관에 교습비를 내러 갔다가 권투에 매료된다.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가 아버지로부터 ‘여성의 운동’인 발레 교습을 허락받지 못했듯, 다이애나의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아버지 역시 딸의 권투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이애나의 재능을 발견한 체육관 코치를 통해 권투를 배우면서 분노와 반항으로 점철됐던 다이애나의 삶에 변화가 온다.
스포츠를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획득해가는 여성을 그리면서도 또래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 설레이는 10대 소녀의 감성을 놓치지 않는 게 <걸파이트>의 장점이다. 주연을 한 미셸 로드리게즈는 이 한편의 출연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카린 쿠사마 감독. 15살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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