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독일 여성영화 ‘내 남자의 유통기한’ 도리스 되리 감독

등록 2006-04-10 21:41

“일중독 아내 애보는 남편 성역할 바꿔 봤죠”

90년대 중반 <파니 핑크>로 한국의 젊은 여성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독일 여성감독 도리스 되리(51)가 7일 서울여성영화제를 찾았다. 그가 들고 온 신작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남녀의 전통적 성역할이 바뀐 젊은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코미디로 <파니 핑크>처럼 여성의 일상과 현실에 대한 날카롭고 재치있는 통찰이 빛나는 영화다.

영화감독이자 영화학교 교수, 소설가이자 오페라 연출가,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 많은 직함을 가지고 활동해온 도리스 되리는 “현대 여성들은 나처럼 직업인이자 아내, 엄마로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모든 걸 완벽하게 그리고 성급하게 이루려는 여주인공의 시행착오를 통해 시기적절한 판단과 여유,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촬영이 끝나면 술 한잔 하러가는 남자동료들을 뒤에 두고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 달려가야 했고, 지금도 가게에 들를 짬이 없어 미리 산 생필품들을 자전거에 싣고 연습 현장으로 달려간다는 그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바쁜 생활이 여성의 일상에 밀착된 영화나 소설의 창작을 가능하게 했다”고 활기있게 말했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에서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며 성취감 강한 아내와 아이를 돌보며 욕심없이 사는 남편을 등장시킨 그는 “여성이 생존을 위해 남자에게 의존해야 했던 시대가 끝나면서 남녀관계에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만한 변화가 왔지만 반면 여성은 슈퍼우먼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남자는 그런 여성에게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착취하는 역편향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양쪽 다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로의 나이가 무색하게 짧은 생머리와 농구화가 잘 어울리는 도리스 되리는 그가 작품에서 천착해온 ‘관계’의 문제를 ‘춤’에 비유하면서 “춤을 즐겁게 추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리듬이 맞아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리듬만을 주장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맞추려고 서로 노력할 때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니 핑크>부터 이번 영화까지 작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담긴 영화를 만들면서도 독일 영화계에서는 빈약한 코미디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도리스 되리는 “모든 현상에는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가 공존한다”면서 “한 장르에 치우치는 게 재미없듯이 전면적인 상업영화도 전통적인 예술영화도 나에게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할리우드 영화시장에 잠식당한데 비해 “한국영화는 예외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놓치지 않으면서 흥행면에도 성공하는 게 놀랍고 부럽다”고 “브라보”로 외치면서 “영화제를 통해 한국 예술영화는 종종 볼 수 있지만 <왕의 남자>같은 대중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유럽에서는 거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한국에서도 수입돼 조만간 일반 극장 관객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서울여성영화제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