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상옥 감독 부인 최은희 여사 심경 토로
"이렇게 갑자기 일을 당하니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요."
한국 영화계의 큰 별 고 신상옥 감독을 평생 내조하며 영화 인생의 최고 파트너로 지냈던 최은희(80) 여사는 인터뷰 도중 복받쳐오르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한없이 눈물을 쏟았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검은 한복을 입은 최 여사는 갑자기 남편을 잃은 슬픔에 밤새 빈소를 지킨 피로가 겹쳐 초췌한 모습이었다.
계속되는 인터뷰 요청에도 아무 말 없이 거부 의사만을 밝혔던 최 여사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남편이 이렇게 갑자기 갈지 몰랐어요. 본인도 돌아가시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눈을 감을 때까지도 생각 못하셨을 겁니다."
최 여사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경황이 없다고 했다.
"감독님이 2년 전 간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그 동안 많이 회복되셨어요.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황달이 왔습니다. 그러니까 병원에서 재수술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지난달 19일 수술을 받은 뒤 병세가 악화됐어요."
최 여사는 "어제 중환자실로 옮길 때까지도 말씀을 하셨다"면서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고인에 대해 "영화밖에 모르는 분"이라고 말했다.
"감독님은 다 아시다시피 영화밖에 모르는 분이셨습니다. 가정에서나 밖에서나 영화 얘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는데 그 외에는 화제가 없었습니다. 생활 자체가 영화였어요."
최 여사는 "수년간 시나리오를 공들여 손보면서 그렇게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셨던 영화 '칭기즈 칸'을 제작하지 못하고 떠나신 것이 무엇보다 가슴이 아프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남편이 아닌 감독으로서 고인에 대해 묻자 최 여사는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감독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자신이 스스로 연기를 해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셨죠. 얽매거나 자유를 구속하지 않으셨어요. 배우가 연기에 온 힘을 쏟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최 여사는 "워낙 정신력이 강해 평소 별명이 불사조였다"면서 "남편이지만 위대한 감독으로 존경했는데 이렇게 가셔서 가슴이 무너진다"며 고개를 떨궜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