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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내편’도 ‘네편’도 아닌 팔레스타인

등록 2006-04-12 21:55

영화 ‘천국을 향하여’
<천국을 향하여>는 팔레스타인 태생의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이 연출한 논쟁적인 영화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는 유대계 로비스트들의 압력으로 수상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영화 관계자 가운데 한 사람이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났을 만큼 고국에서도 반감을 샀다.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저항 혹은 테러 문제를 다룬 이 영화가, 어느 한 쪽도 일방적으로 두둔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던 게 모두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강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대. 평범한 팔레스타인 청년 자이드(카이스 나셰프)와 할레드(알리 슐리만)는 어느 날 자살폭탄 공격을 지시받는다. ‘순교일’은 바로 다음날. 두 사람은 신의 부르심으로 알고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공격 당일, 이스라엘 국경을 넘다가 경비군에 걸려 일단 몸을 숨긴다. 할레드는 곧바로 조직으로 돌아가지만, 자이드는 조직과의 접선고리를 놓친다. 조직은 자이드의 배신을 의심하고, 자이드는 할레드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다시 조직에 합류한다.

이때부터 하룻동안, 두 사람은 다시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에 휩싸인다. 자이드를 사랑하는 수하(루브나 아자발)는 저항군 영웅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악순환을 낳는 폭력의 무모함을 설파하며 두 사람을 말린다. 하지만 폭력으로 저항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무모하다는 말로 폭력을 멈추게 하기 힘들다. 게다가 자이드는 저항군에게 반역자로 처형당한 아버지를 둔 상처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순교가 아버지의 죄를 씻고, 일가를 영웅의 가족으로 거듭나게 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천국을 향하여>는 ‘피’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잔혹성도 팔레스타인의 공격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자살폭탄 공격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지닌 등장 인물들의 대사와 정황을 통해 자살폭탄 공격의 여러 측면을 보여주며 에둘러 ‘폭력’에 반대한다. 또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순교’와 ‘대안’ 사이에서 고민하는 두 청년의 불안한 눈동자와 땀에 흠뻑젖은 몸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반인륜적인 ‘테러범’으로 낙인찍힌 팔레스타인 저항군들의 인간적인 고뇌에도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유레카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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