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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7 16:07 수정 : 2005.02.17 16:07



40대 이혼남의 따뜻한 ‘옆길 여행기’
아카테미 작품상등 5개부분 후보작

‘사이드웨이’는 ‘옆길’, ‘곁길’이다. 살면서 원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 그것도 빨리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옆길로 돌아가거나, 옆길로 비켜서서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을 거리를 두고 살펴볼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또 “옆길로 한번 가보라”는 말은, 옆길 아닌 큰길에서 원하는 걸 조금씩이라도 이뤄가고 있는 사람에게 먹힐 충고이기도 하다. 인생의 큰길에서 도무지 풀리는 게 없어 괴로워하고 있는 이에게 옆길까지 가보라는 건 배부른 소리이다.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전작 <어바웃 슈미트>에서는, 정년퇴임하고 부인도 죽어 직장에서 가정에서 모두 큰 길이 끝난 노인 슈미트가 그 길을 잇기 위해 이곳 저곳 다른 길들을 헤매고 다녔다. 절대 고독을 이기지 못해 힘들어 하는 슈미트에게 남은 길은 그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밖에 없었고,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절대 고독이 당신 혼자만의 것은 아님을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위로를 삼는, 잔인해서 따뜻한 영화였다. <사이드웨이>는 그보다 젊은 40대 남자가 옆길로 빠져서 겪는 ‘옆길 여행기’이다. 같은 감독의 체취가 느껴지는 건 이 40대 남자 마일즈(폴 지아매티)가 인생의 큰 길에서 지지리도 풀리는 게 없는 갑갑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마일즈는 소설가가 되겠다고 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보냈지만 연락이 오질 않는다. 이혼해 놓고도 전 부인을 잊지 못한다. 그에게 옆길을 가볼 여유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화근은 오랜 친구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이다. 잘 안 나가는 조연급 배우이면서 플레이보이이고 대책없는 낙천주의자이다. 그 낙천성은, 잭 자신은 즐겁지만 주변 사람을 속 터지게 하는 그런 성격의 것이다. 뒤늦게 결혼하게 된 잭이 결혼식 일주일 앞두고 마일즈에게 놀러가자고 한다. 잭의 목적은 결혼 전에 다른 여자와 한번 놀아보자는 것. 잭은 마일즈에게도 “너도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 여자가 필요해” 하는 식으로 충고한다.

전 부인을 잊지 못하는 마일즈는 다른 여자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데 잭에 끌려 자꾸 옆길로 간다. 잭은 조금씩 더 큰 사고를 치면서 여행을 꼬이게 만들고, 와중에 마일즈는 소설 출판 거절 소식을 전해듣는 등 큰 길의 삶이 더욱 더 꼬여가고 있음을 목도한다. 그러니까 여유 없이 시작한 옆길 여행에서, 여유는 더욱 사라지고 여행은 더 옆길로 빠진다. 페인 감독은 속 터지면서도 웃지 않을 수 없는 이 풍경을 느긋하면서도 약간은 스산하게 중계한다. 그래도 낙천적인 잭은 다시 돌아와 결혼을 하지만 마일즈는 뭘 얻었을까. 슈미트처럼 자신의 힘든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 정답치고는 잔인한 정답이지만, 비극적이게도 맞는 답은 정답밖에 없다.




그러나 <사이드웨이>는 <어바웃 슈미트>보다 덜 잔인하다. 여행 중에 마일즈가 만난 여인에게 희망의 싹을 심어주고, 마일즈를 와인애호가로 설정하고서 영화 곳곳에 와인의 이야기를 곁들여 이 옆길 여행에 풍미를 부여한다. 인위적인 행복이나 희망을 연출하길 거부하면서도 보는 이의 마음 한켠에 온기를 심어주는 <사이드웨이>는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고, 오는 28일 시상식이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제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5개부분 후보로 올랐다. 18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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