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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7 17:44 수정 : 2005.02.17 17:44



심야에 출발한 서울발 여수행 무궁화호가 터널에서 한차례 급정거를 한다. 기관사가 철로 앞에 서있는 어린이의 환영을 본 것이다. 아무 일 없음을 확인하고 기차는 다시 출발하지만, 그때부터 기차 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기차 안 여기저기서 환영이 나타나고 승객들의 행동도 이상해진다. 급기야 한 두명씩 승객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시작한다. 기차를 운행하는 직원들은 열차를 멈추려 하지만, 원인 모를 분노에 사로잡힌 승객에게 기관실이 점거돼 정지가 불가능해진다.

일본 영화 <링>의 한국판 리메이크를 만들었던 김동빈 감독의 <레드 아이>는 달리는 심야열차로 무대를 제한하고, 익명의 승객들 중 누가 공포의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분간이 잘 안 되도록 뒤섞는다. 그리고는 이 기차 차량 중 두대가, 16년전 대형 열차사고로 100여 명의 승객이 숨졌을 당시의 기차에 붙어있었던 것임을 상기시킨다. 참화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공포를 연출함과 아울러 승객 가운데 공포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추리의 과정을 곁들인다.

설정은 좋지만, 그 이점들을 <레드 아이>는 잘 살리지 못한다. 추리와 공포가 함께 진전되지 못한 채, 이야기가 끊기다가 한꺼번에 많은 걸 설명해버리는 불안한 리듬을 반복한다. 또 많은 인물들의 사연이 굵은 가지와 잔 가지로 분류되지 못하고 우후죽순으로 뒤섞인다. 몇몇 화면에서 보이는 공들여 찍은 흔적과, 죽은 이들을 위무하려는 연출 의도가 충분히 빛을 발하지 못하는 듯하다. 장신영, 송일국, 곽지민 출연. 18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태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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