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카메라…’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는 대를 이어 여성이 성매매로 생계에 나서는 인도 집창촌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촬영을 위해 콜카타(옛 캘커타)의 빈민 집창촌에 들어간 사진작가 자나 브리스키는 미래가 없는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기 위해 사진 교육을 한다. 일회용 카메라를 손에 쥔 아이들은 식구와 친구들, 동네를 자유롭게 촬영을 한다. 아이들의 카메라에 담긴 빈민굴의 풍경은 처연하지만 아름답다.
수치트라, 고르, 추자, 아비짓 등 실명으로 등장하는 10명은 의사가 되고 싶고, 머리에 예쁜 리본을 매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또 이들은 엄마가 무엇을 하는지, 왜 엄마가 일할 때는 집 밖에 나와 골목을 서성여야 하는지 아는 평범치 않은 아이들이다. 성매매가 삶의 일부이고, 또 유일한 미래인 아이들에게 사진은 낯선 세상으로의 좁은 통로다. <꿈꾸는 카메라>는 이 아이들의 생활과 직접 찍은 사진들, 그리고 아이들을 집창촌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애쓰는 감독의 분투를 삼각대로 세워놓는다.
<꿈꾸는 카메라>는 흑백의 명암이 뚜렷한 극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지닌 아비짓의 사진에 있어 성취는 놀랍지만 이 꼬마 예술가를 기다리는 건 마약에 찌든 아버지와 다른 동네 집창촌으로 팔려간 엄마다. 영화는 인도의 성매매 현실을 고발하기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아이들의 심성과 그들이 처한 악몽같은 환경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세상의 어린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에 대해 환기시킨다. 극적인 음악의 사용이나 감각적인 편집을 통해 보여주는 누추함의 서정미에서 선정주의의 혐의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기술적 효과도 이 아이들의 존재 그 자체만큼 아플 수 없다는 걸 오히려 영화는 반증한다.
아이들에게 학교를 보내주려는 감독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희망을 찾아 떠난 아이들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집창촌에 남는 아이들의 얼굴이다.
예술영화관 하이퍼텍나다가 국내외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개봉하는 ‘다큐 인(in) 나다’의 2006년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중견배우 로잔나 아퀘트가 할리우드 스타 여배우들의 일과 삶에 대해서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와 이 영화를 21일부터 교차상영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하이퍼텍나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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