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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엄마~ 틀니 해줄게요 달리기 잘해서

등록 2006-04-26 21:57

‘소문난 효자’ 정신지체 노총각
박장대소 마라톤 입성기
‘맨발의 기봉이’

남해 다랭이 마을에 사는 기봉(신현준)은 어려서 열병을 앓았다. 그래서 마흔 나이에 여덟 살 지능을 갖고 살아가지만, 온 동네가 알아주는 효자다. 그는 소똥 치우기, 농약 뿌리기, 동네 구멍가게 잔심부름까지, 동네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받은 푼돈과 음식으로 팔순 노모(김수미)를 봉양한다. 노모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맨발로 집까지 내달린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를 ‘맨발의 기봉이’라 부른다.

한편, 다랭이 마을의 이십년 이장 백 이장(임하룡)은 이장직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다. 옆동네에서 검사가 나오고 개그맨이 나와 경사가 난 반면, 다랭이 마을에서는 여태껏 이렇다 할 인물이 한 명도 없었던 것. 백 이장은 뜀박질 잘하는 기봉이를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켜 유명 인사로 만들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기봉은 마라톤에서 1등을 하면 상금으로 엄마에게 틀니를 사줄 수 있다는 백 이장의 얘기에 귀가 번쩍 뜨여 마라톤 연습에 열을 올린다.

〈맨발의 기봉이〉는 최근 몇년 사이 한국 영화의 ‘소재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방송 <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요 인물과 설정은 물론,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기봉의 에피소드들도 상당수 실화에서 따왔다. 어눌했던 기봉이 속사포 같은 말로 텔레비전 일기예보를 흉내내거나, 엉뚱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빨래를 너는 것은 모두 기봉씨의 실제 모습이다.

〈인간극장〉과 다른 점이라면, 갈등과 로맨스를 덧붙였다는 것이다. 백 이장이 자신의 ‘자리’를 위해 기봉이에게 마라톤 연습을 시키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도 순진한 기봉을 이용해 사소한 영리를 취하려는 속셈을 숨기지 않는다. 마을사람들은 허드렛일을 맡아 해줬던 기봉이 마라톤에 전념하자 백 이장 탓을 하면서 마라톤 연습을 방해한다. 그런가 하면 기봉과 비슷한 또래인 백 이장의 아들 여창(탁재훈)은 기봉에게만 관심을 쏟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기봉을 괴롭힌다. 더구나 여창이 마음에 둔 사진관 주인 정원(김효진)마저 기봉을 두둔하며 애틋한 마음을 보이자, 여창의 질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인간극장〉이 그랬듯이 〈맨발의 기봉이〉 역시 갈등보다는 장애인과 그를 둘러싼 비장애인들 사이의 애정과 애환을 그리는 영화다. 마을 사람들은 비록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갈등을 시작했지만, 결국은 화해하고 기봉을 위하는 진심으로 함께 마라톤 대회를 치러낸다. 비장애인들보다 더 성실한 장애인과 그를 아끼는 가족과 이웃들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의 마음이 순화되길 바라는 것은, 장애인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비슷하다. 〈맨발의 기봉이〉는 여기에 소박하면서도 도를 넘지 않는 유머를 보탠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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