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윙어스> 중 한 장면.
나른한 봄, 5월 1일 오후2시 명동 CQN에서 스와핑을 소재로 한 <스윙어스>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일탈을 꿈꾸는 성적 욕망, 선택적 쾌락인가? 지탄받아야 할 죄악인가?결혼한 부부가 다른 부부와 은밀한 만남을 통해 일탈을 꿈꾼다는 <스윙어스>의 스토리는 국내 관객에게 아주 낯선 스토리는 아니다. 2001년 김재수 감독의 <클럽 버터플라이>, 올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시아계 감독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여 화제를 모았던 리안 감독의 1994년 작 <아이스 스톰>이 그 것이다.
스와핑(swapping)이라는 말의 뜻은, '부부를 교환하다'라는 속어. 두 쌍 이상의 부부가 배우자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혼음을 하거나, 부부끼리 서로 상대를 바꾸어 성행위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와핑은 고대 그리스를 비롯해 각국에서 종교적인 관점에서 행해졌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을 일종의 성도착증 환자나 섹스 중독자들로 보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의학적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일종의 도덕불감증, 원초적 본능의 과잉 등으로 인식하는 학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스와핑 자체를 정신적 질병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한국에서는 2000년 이후 배우자를 바꾸어 성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알려졌다. 2004년 현재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아내 또는 남편 교환 프로그램을 방송해 많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 남편이나 아내를 바꾸어 생활하는 것일 뿐, 부부 사이의 성적 접촉은 금지하고 있다.
<클럽 버터플라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스와핑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을 관람 후, 머리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이 영화의 출연 배우들은 어떤 생각으로 출연하게 되었을까' 등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던 영화다. 물론, 해외의 유명한 작품들도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들이 호평을 받고 상을 수상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토리와 연출 의도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순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자극적인 소재라는 점 때문에 관객들이 호기심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모델 출신의 아니타는 국어책 읽기 수준의 연기의 최고봉을 보여줬고, 그래도 좀 믿을만한 배우라고 생각했던 김영호나 윤동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에 장면에 맞지 않는 대사와 어색한 연기 일색이었다. 또한, 넓은 집과 럭셔리하게 사는 남자가 소시민스러운 걱정을 한다는 말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설정이다. 화면 및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들, 정신없게 움직임을 오버하는 카메라 앵글 등 영화의 기본도 모르고 제작한 영화였다. '우'의 대사들 통해서 나열하기만 하는 스와핑에 대한 해석들과 전형적인 마초이즘을 보여주는 여성관 등은 감독의 역략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영화였다.
<아이스 스톰>. 극 중 주인공 '벤'과 '엘레나'는 이혼을 앞둔 상태. 벤은 친구의 부인 '제이니'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것도 정신적 교감없는 육체의 결합뿐이다. 엘레나는 고독과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정신주의나 종교집회에 참가해보지만 헛일이다. 우왕좌왕하는 어른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상황도 참혹하다 .벤의 딸 '웬디'는 워터게이트를 보며 미국의 가치를 비웃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금기를 뛰어넘어 제이니의 아들 '마이키'와 성관계를 갖는다. 추수감사절, 벤과 엘레나, 웬디와 오빠 '폴'이 한자리에 모이지만 여전히 찬 공기만 흐른다. '아이스 스톰'이 몰아치는 추수감사절 저녁, 폴은 짝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뉴욕에 가고, 웬디는 마이키의 동생 '샌디'를 유혹하고, 벤과 엘레나는 서부에서 유행하는 중산층 부부의 '키 파티(Key Party)'에 간다. 키 파티는 남자의 자동차 키를 섞어 놓으면 여자가 하나씩 뽑아 혼외정사를 하는 '스와핑'을 의미한다. 이상이 <아이스 스톰>의 스토리다. 이 영화의 출연진들 또한 화려하다. 토비 맥과이어, 일라이저 우드, 크리스티나 리치 등 최근 헐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스타들이다. 무거운 주제를 비판할 때 꼭 따라다니는 풍자는 크리스티나 리치가 잘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과 색감이 차갑고 스토리 전개는 사건이 터질듯 하지만 안터지는 긴장감과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는 가정에서의 인물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기대감과 짜릿함까지 선사한다. 리안 감독의 연출 역략이 느껴진다. 가족과의 관계와 남녀의 사랑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역시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을 만한 감독이라 뭔가 다르다. 충격적인 테스트를 통해 소중한 진실을 깨닫다 <스윙어스>. 평화로운 오후, 한적한 시골의 호화로운 별장으로 평범한 부부가 도착하여 짐을 푼다. 조용하고 수줍은 듯한 아내 다이아나와 건장한 체구의 시원시원한 남편 율리안. 하지만 그들 부부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듯 보인다. 다이아나와 율리안 부부는 부부생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서 특별한 주말을 마련하게 되고, 그들의 초대에 또 다른 커플 알렉스와 티모가 방문하게 된다. 섹시하고 대담한 알렉스와 사교적이며 젠틀한 티모는 스와핑을 즐기는 프라이빗 클럽의 경험 많은 부부이다. 이제 두 커플에게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설레이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다이아나는 막상 기대하고 상상했던 거와는 달리 자신감에 차고 매혹적인 알렉스를 보자 몹시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두 커플은 색다른 주말 파티를 통해서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궁금증을 나누기 시작하고, 급기야 그들이 계획했던 섹시한 테스트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서로를 탐하게 되면서부터, 두 부부에게 숨겨져 있던 미묘한 감정들이 되살아나게 되고, 부부간의 질투와 오해, 믿음과 이해 등 내면의 복잡한 연애심리가 뒤엉키게 된다. 부부 스스로도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깨닫게 되면서 설레였던 그들의 주말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치닫는데... 영화는 권태기 부부들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스텐판 브랜닝크메여 감독은 "물론 스와핑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제이기는 하지만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영화는 부부관계에 있어서 성적매력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스윙어스>의 출연 배우들은 극 중에서 모두 누드연기를 감행하는 열연을 펼친다. 스텐판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믿음'이다. 누드는 '믿음'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였다. 만약 이 영화에서 누드를 배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위선일 것이다"라고 극 중 누드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에로티즘이 이 영화의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 그것은 주인공들의 내면적인 변화와 성숙을 이끌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우리 관객들이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서 소중한 진실을 깨닫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과 동화될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을 해보길 기대한다. <스윙어스>는 오는 11일 국내 개봉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클럽 버터플라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스와핑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을 관람 후, 머리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이 영화의 출연 배우들은 어떤 생각으로 출연하게 되었을까' 등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던 영화다. 물론, 해외의 유명한 작품들도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들이 호평을 받고 상을 수상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토리와 연출 의도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순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자극적인 소재라는 점 때문에 관객들이 호기심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모델 출신의 아니타는 국어책 읽기 수준의 연기의 최고봉을 보여줬고, 그래도 좀 믿을만한 배우라고 생각했던 김영호나 윤동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에 장면에 맞지 않는 대사와 어색한 연기 일색이었다. 또한, 넓은 집과 럭셔리하게 사는 남자가 소시민스러운 걱정을 한다는 말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설정이다. 화면 및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들, 정신없게 움직임을 오버하는 카메라 앵글 등 영화의 기본도 모르고 제작한 영화였다. '우'의 대사들 통해서 나열하기만 하는 스와핑에 대한 해석들과 전형적인 마초이즘을 보여주는 여성관 등은 감독의 역략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영화였다.

영화 <아이스 스톰> 중 한 장면.
<아이스 스톰>. 극 중 주인공 '벤'과 '엘레나'는 이혼을 앞둔 상태. 벤은 친구의 부인 '제이니'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것도 정신적 교감없는 육체의 결합뿐이다. 엘레나는 고독과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정신주의나 종교집회에 참가해보지만 헛일이다. 우왕좌왕하는 어른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상황도 참혹하다 .벤의 딸 '웬디'는 워터게이트를 보며 미국의 가치를 비웃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금기를 뛰어넘어 제이니의 아들 '마이키'와 성관계를 갖는다. 추수감사절, 벤과 엘레나, 웬디와 오빠 '폴'이 한자리에 모이지만 여전히 찬 공기만 흐른다. '아이스 스톰'이 몰아치는 추수감사절 저녁, 폴은 짝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뉴욕에 가고, 웬디는 마이키의 동생 '샌디'를 유혹하고, 벤과 엘레나는 서부에서 유행하는 중산층 부부의 '키 파티(Key Party)'에 간다. 키 파티는 남자의 자동차 키를 섞어 놓으면 여자가 하나씩 뽑아 혼외정사를 하는 '스와핑'을 의미한다. 이상이 <아이스 스톰>의 스토리다. 이 영화의 출연진들 또한 화려하다. 토비 맥과이어, 일라이저 우드, 크리스티나 리치 등 최근 헐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스타들이다. 무거운 주제를 비판할 때 꼭 따라다니는 풍자는 크리스티나 리치가 잘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과 색감이 차갑고 스토리 전개는 사건이 터질듯 하지만 안터지는 긴장감과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는 가정에서의 인물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기대감과 짜릿함까지 선사한다. 리안 감독의 연출 역략이 느껴진다. 가족과의 관계와 남녀의 사랑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역시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을 만한 감독이라 뭔가 다르다. 충격적인 테스트를 통해 소중한 진실을 깨닫다 <스윙어스>. 평화로운 오후, 한적한 시골의 호화로운 별장으로 평범한 부부가 도착하여 짐을 푼다. 조용하고 수줍은 듯한 아내 다이아나와 건장한 체구의 시원시원한 남편 율리안. 하지만 그들 부부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듯 보인다. 다이아나와 율리안 부부는 부부생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서 특별한 주말을 마련하게 되고, 그들의 초대에 또 다른 커플 알렉스와 티모가 방문하게 된다. 섹시하고 대담한 알렉스와 사교적이며 젠틀한 티모는 스와핑을 즐기는 프라이빗 클럽의 경험 많은 부부이다. 이제 두 커플에게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설레이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다이아나는 막상 기대하고 상상했던 거와는 달리 자신감에 차고 매혹적인 알렉스를 보자 몹시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두 커플은 색다른 주말 파티를 통해서 서로에 대해 친밀감과 궁금증을 나누기 시작하고, 급기야 그들이 계획했던 섹시한 테스트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서로를 탐하게 되면서부터, 두 부부에게 숨겨져 있던 미묘한 감정들이 되살아나게 되고, 부부간의 질투와 오해, 믿음과 이해 등 내면의 복잡한 연애심리가 뒤엉키게 된다. 부부 스스로도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깨닫게 되면서 설레였던 그들의 주말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치닫는데... 영화는 권태기 부부들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스텐판 브랜닝크메여 감독은 "물론 스와핑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제이기는 하지만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영화는 부부관계에 있어서 성적매력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스윙어스>의 출연 배우들은 극 중에서 모두 누드연기를 감행하는 열연을 펼친다. 스텐판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믿음'이다. 누드는 '믿음'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였다. 만약 이 영화에서 누드를 배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위선일 것이다"라고 극 중 누드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에로티즘이 이 영화의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 그것은 주인공들의 내면적인 변화와 성숙을 이끌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우리 관객들이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서 소중한 진실을 깨닫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과 동화될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을 해보길 기대한다. <스윙어스>는 오는 11일 국내 개봉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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