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다빈치 코드〉 등 할리우드 대작영화들의 극장 ‘공습’이 시작된 가운데 극적 재미와 독특한 분위기를 갖춘 프랑스 영화 두편이 잇따라 소규모 개봉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레밍〉이 17일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에서 단관 개봉한다. 〈인티머시〉, 〈당신의 영원한 친구, 해리〉를 연출했던 프랑스 도미니크 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베네딕트(샤를로트 갱스부르)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알랭(로랑 뤼카스)은 전근 발령을 받아 프랑스 남부로 집을 옮긴다. 이사 뒤 사장 리샤르(앙드레 뒤솔리에)와 알리스(샬럿 램플링)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지만,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알리스 때문에 식사를 완전히 망친다. 이날 밤 알랭의 집 배수관에서 놀랍게도 스칸디나비아 북쪽에서 서식하는 쥐의 일종인 레밍이 발견된다. 이때부터 완벽한 것 같았던 알랭과 베네딕트 부부의 삶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도미니크 몰 감독은 초현실적이고 독특한 서스펜스 스릴러 〈레밍〉을 통해 인간의 이성과 통제력이 얼마나 허약한지, 사랑한다고 믿으며 함께 사는 아내와 남편이 서로의 감춰진 욕망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또 영화 속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탓에,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본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씨네큐브 등에서 25일 개봉하는 〈친밀한 타인들〉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걸 온 더 브릿지〉 등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복잡하고 미세한 감정 변화를 유려하게 잡아낸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2004년 연출작이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게 되고 낯선 관계가 친밀함으로 옮겨가면서 시작되는 사랑의 감정을 스릴러 형식과 음악에 담았다. 재무상담사인 윌리엄(파브리스 뤼시니)는 방을 잘못 찾아와 자신을 정신과 의사로 착각한 여자 안나(상드린 보네르)에게 내밀한 사생활의 고민을 듣게 된다. 안나의 일방적인 방문이 몇번 이어진 뒤 윌리엄은 죄책감에 사실을 밝히고 여자는 불같이 화를 내지만 다시 그를 찾아와 계속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영화는 호기심과 불안, 두려움과 그리움 등이 낮은 전류처럼 흐르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 변화를 마치 고운 그물로 낚듯이 엮어내며 낯설어서 오히려 가능한 타인 간의 대화가 어떻게 두 사람을 감정적으로 묶게 되는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펼친다. 고요하게 시작되는 사랑의 순간을 마치 히치콕 영화처럼 서스펜스 넘치는 긴장감으로 끌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김은형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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