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효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흥행 성공으로 강박관념 커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제작비 상승의 원인으로 컴퓨터 특수효과가 많아지면서 테크놀로지에 들어가는 돈이 스타들의 개런티에 들어가는 돈을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내년 5월4일 개봉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중인 콜럼비아의 블록버스터영화 '스파이더맨3'의 제작비가 2억5천만달러에서 3억달러 사이가 될 만큼 치솟았다. 컴퓨터 특수효과 비용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한 특수효과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블록버스터영화 중 최소한 세 편의 제작비도 2억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20세기 폭스의 '엑스멘3'가 2억1천만달러, 디즈니의 '캐리비언의 해적'이 2억2천500만달러, 워너브라더스의 '수퍼맨 리턴즈'가 2억6천1백만달러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할리우드스튜디오들이 특수효과에 전무후무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붓는 것은 특수효과로 무장한 영화들이 흥행 대박을 터뜨릴 확률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 북미시장 박스오피스 역대 10위를 보면 '예수의 수난'을 제외하곤 모두 특수효과 영화이며, 지난해 톱10만 봐도 '웨딩크래셔'만 특수효과가 아닌 배우를 내세운 영화였다.
이제 영화 예산 인플레이션의 주범이 높은 개런티의 배우들이 아니라 컴퓨터 특수효과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진단했다. 따라서 블록버스터의 예산이 2억달러가 넘는 것이 놀라울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특수효과에 대한 강박관념이 커지고 있음과 동시에 스튜디오들은 특수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특수효과 영화들이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극단적인 흥행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성공하면 좋지만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 스튜디오 전체 재정이 악화되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튜디오들은 점점 더 많은 특수효과 장면을 영화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85년 '백 투더 퓨처'에 100개의 특수효과 쇼트들이 사용됐다면 지난해 '킹콩'의 경우엔 무려 3천500개의 특수효과 쇼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킹콩'은 지금까지 스튜디오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제작비 중 최고(2억7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업계에서는 실제 제작비가 2억5천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남 통신원 enam21@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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